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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정은영(서울대 중어중문학과 1년)씨와 박경민(서울대 자유전공학부 1년)./장은주 객원기자 |
책 읽은 목적·전공에 대한 열정, 또렷이 드러내세요
책 내용을 분석하며 비판적 시각 담아내
'넛지' '스키너…' 통해 자신이 자유전공학에 얼마나 적합한지 서술
2015학년도 서울대 자기소개서(이하 '자소서') 자율 문항은 독서 관련 항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는 지난 4월 19일(토) 인천 송도 글로벌대학 대강당에서 열린 올해 첫 서울대 입시설명회에서 밝혀졌다. 2014학년도까지 자체 자소서 양식을 사용했던 서울대는 올해부터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이하 '대교협')의 '학생부 전형 자소서 공통양식'을 받아들였다. 대교협은 공통문항 3개 이외에 대학별로 자율문항 1개를 추가할 수 있도록 한다. 지난해 서울대 자소서에도 독서 관련 문항(3번)이 있었다. 이 3번 문항은 고교 재학 기간 또는 최근 3년간(초등학교·중학교 재학 기간 제외) 읽었던 책 중 자신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책을 3권 이내로 선정하고 그 이유를 기술하도록 구성됐다. 지난 4월 19일 입시설명회에 학생멘토로도 나섰던 서울대 14학번 2인이 자신의 독서 활동 관련 노하우를 밝혔다.
◇책을 읽게 된 동기가 중요하다
정은영(서울대 중어중문학과 1년)씨가 ‘학문을 권함’(후쿠자와 유키치 글)을 읽게 된 계기는 특별하다. “고 1때 선생님께서 ‘언어는 ○○이다’의 빈칸을 채워보라는 문제를 내셨어요. 제 답은 ‘영토’였죠. 스페인어가 사용되는 곳은 스페인 땅이 아니어도 스페인의 영향력이 미치잖아요. 언어의 힘이 그만큼 강력하다는 뜻에서 영토라고 대답했죠.” 정씨가 내놓은 답에 감동한 교사가 그에게 선물로 준 책이 ‘학문을 권함’이었다. 정씨는 책을 읽게 된 동기를 구체적으로 풀어내며 어문계열을 지망하는 자신이 언어에 대해 가진 생각을 드러냈다.
또 책 내용을 분석하며 자신이 가진 비판적 시각을 드러냈다. “요새도 ‘모름지기 젊은이라면 어떤 행동을 해야 한다’는 말이 많잖아요. 후쿠자와 유키치(1835~1901)도 이 책에서 그런 내용을 다뤘어요. 그가 살았던 일본 메이지유신 시기와 지금을 비교하고 그 당시를 살던 젊은이와 지금 우리는 어떻게 다른지를 생각하면서 읽었죠. 솔직히 딱딱한 책이었지만 그렇게 비교하며 읽다 보니 훨씬 흥미로웠어요.” 지난 4월 19일 입학설명회장에서도 서울대 입학사정관은 정씨의 자소서 가운데 이 부분을 언급하며 “비판적으로 책을 읽는 습관이 잘 드러났다”고 말했다.
(왼쪽부터)정은영(서울대 중어중문학과 1년)씨와 박경민(서울대 자유전공학부 1년). |
박경민(서울대 자유전공학부 1년)씨는 고 1때까지는 심리학 전공을 희망했다. 그러나 뇌과학이나 사회과학 등 다른 학문에도 관심이 생기면서 이를 자유롭게 배울 수 있는 자유전공학부에 관심을 갖게 됐다. 박씨는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로렌 슬레이터 글)와 ‘넛지’(리처드 탈러·캐스 선스타인 글) 두 권을 통해 자신이 자유전공학부에 얼마나 적합한 사람인지를 조명했다.
그는 “융합에 관심이 많고 새로운 영역에 도전 정신이 강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스키너의 심리상자 열기’는 심리학을 응용한 여러 실험을 수록하고, 이 실험이 세상에 어떤 식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박씨는 이 책을 통해 “심리학과 다른 학문을 융합하고, 세상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그는 또 “‘넛지’ 같은 베스트셀러를 언급할 때는 같은 책을 읽었어도 자신에겐 이 책이 어떤 의미였는지 드러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넛지’는 사람의 행동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책이다. “행동 변화 요인에는 심리학뿐만 아니라 다양한 사회 면모가 숨어 있음을 분석한 책이죠. 저는 이 책을 통해서도 심리학과 그 외 다양한 학문에 관심이 많은 제가 자유전공학부에 얼마나 적합한 사람인지 강조했습니다.”
◇자소서 다른 문항에서 드러내지 못한 강점 부각
정씨는 고교생 시절 틈날 때마다 서울대 입학본부홈페이지(admission.snu.ac.kr)나 교수학습개발센터 홈페이지(ctl.snu.ac.kr)를 찾았다. 그는 “배너 등에서 눈에 띄는 캐치프레이즈가 있으면 기억해뒀다가 서울대가 어떤 학생을 원하는지 파악하는 단서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이를 통해 열린 자세나 끈기를 갖춘 학생을 원한다는 걸 알아냈죠. 그런데 자소서의 다른 문항을 통해서는 별로 이를 드러내지 못했어요. 그래서 독서 관련 문항을 활용하기로 결심했죠.”
‘다산의 재발견’(정민 글)에는 외래 종교인 천주교도 받아들였던 다산 정약용(1762~1836)의 개방적 태도가 잘 드러난다. 정씨는 “그 내용에 공감했음을 알려 내가 얼마나 열린 자세를 갖췄는지 강조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일부러 원문과 해설이 함께 담긴 ‘맹자’를 골라 읽었다. 처음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윤리 과목 공부 때문이었다. “윤리 교과서에는 ‘맹자는 성선설을 주장했다’고만 나와 있잖아요. 어떤 맥락에서 맹자가 성선설을 주장하게 됐는지 궁금해서 찾아 읽었어요. 원문이 함께 나온 책을 읽으니 윤리는 물론 한문 공부까지 할 수 있었어요. 제가 대학에 진학하면 이만큼 끈기 있게 전공 공부를 할 수 있다고 적었죠.” 정씨는 “이전 문항에서 잘 드러내지 못한 장점이 있다면 독서 관련 문항을 활용하라”고 당부했다.
[이해나 맛있는공부 기자 rihanna@chosun.com]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