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의 가정법은 우리에게 왜 헷갈리는 것일까?
영어문법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초보자뿐만 아니라 상당한 영어실력을 가진 분들에게 영어문법에서 제일 어려운 것이 무엇이냐고 물을 경우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대답으로 곧잘 가정법을 든다. 필자가 직접 공부를 하면서 겪은 경험, 수많은 학생들의 시행착오를 보면서 알게된 내용, 그리고 실제 쓰이고있는 실용 어법 등을 통해 파악된 영어에서의 가정법의 진상을 밝혀본다.
영어의 가정법에 관한 우리의 이해를 어렵게 만드는 근본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1. 영어에는 가정법시제라는 것이 따로 있지만 우리말에는 별도의 시제가 없다.
「만약 당신이 회사를 떠나면」이라는 우리말을 영어로 옮겨 본다.
앞 뒤 내용을 모르는 상태에서 달랑 「만약 당신이 회사를 떠나면」의 우리말 표현만 가지고는 (1) 회사를 이미 떠나기로 결심한 사람에게 하는 말인지, (2) 회사를 떠날까 말까 망설이는 사람의 경우인지 알 수 가 없다. 그러나 만약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들지」라는 문장과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기가 어려울 텐데..」라는 두 개의 문장을 제시하고 (1), (2)에 합당하게 골라서 연결하라고 한다면 그리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결국 우리말은 뒤에 오는 주문의 어미 「힘들지」와 「힘들텐데」의 토씨로 (1), (2)의 함축의미의 차이를 나타내는 셈이다.
그런데 우리말이나 일본어와는 달리 영어를 포함한 상당수의 구미 언어에서는 (1) 실제사실에 대한 조건절이냐 또는 (2) 실제사실의 반대 또는 있을 수 있는 내용을 머리 속에 상정하며 표현하고자 하느냐에 따라 (1) 직설법과 (2) 가정법으로 구분하고 각기 다른 동사 시제를 사용하면서, 구별된 표현을 쓰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점이 우리말과 다른 것이다.
이때 알아야 할 것은 영어에서는 가정법시제 동사꼴이 따로 있는 게 아니고, 실제시제보다 하나 앞서는 시제, 다시 말해서 시간이 현재일 때는 과거시제, 시간이 과거일 때는 과거완료시제로서 가정법시제를 만들어 쓰는 것이다. 영어의 이런 점은 별도의 동사꼴로 가정법시제를 나타내기 때문에 수많은 동사 꼴을 외워야하는 불어, 독어, 서반아어 등과 다르다.
본론으로 돌아가 (1) 실제 사실에 대한 언급인 「만약 당신이 회사를 떠나면」을 영역한다. 시간적으로는 미래지만 조건을 나타내는 부사절이기 때문에 동사의 시제는 당연히 현재시제가 옳다. 즉 (1) If you leave the company. 가 정역이다. 이어지는 주 문장은 미래시제로 you will find it difficult to get a new job. 이 된다.
[참고] 예상되는 질문
(a) Q: 시간이 미래이니까 If you will leave the company... 라고 하면 안되나?
A: 앞에서도 설명한 대로 영어에서 시간과 조건을 나타내는 부사절에서 미래시간에 대한 표현은 현재시제로 쓴다. 물론 if절에 will을 절대로 써서 안 되는 것은 아니지만 뜻이 달라진다. 즉 주어의 의지를 나타내고자 하는 경우 「~하려고 한다면」의 뜻일 때 드물게 조건절에 will이 쓰이는 것이다.
(Ex) ․If you will excuse me, I'll be on my way. 용서를 해주신다면 저는 가겠습니다.
(b) Q: If you leave the company... 를 가정법 현재시제로 볼 수는 없나?
A: 가정법시제를 이미 아는 분에게는 공감이 가는 질문일지도 모르겠다. 학교에서 가르 치는 문법책에는 조건절에 동사원형을 쓰는 시제를 가정법 현재시제라고 소개하고 있다. 만약 주어를 3인칭단수로 쓴 If he leave the company.. 라는 문장이었다면 leaves가 아닌 leave로 되어 있으니까 조건절안에 동사의 원형을 쓴 이론의 여지가 없는 가정법 현재시제가 맞다. 공교롭게도 If you leave the company.. 라고 쓰다 보니 동사 leave가 현재시제 동사일 수도 있고 동사 원형일 수도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현대 영어에서 조건절에 가정법 현재시제는 거의 쓰이지 않고 있다. 별로 쓰이지도 않는 용법을 전문가도 아닌 초보자용 교재에서 다루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생각이 든다. 외국에서 발간된 최신판 문법서적들은 동사 원형을 쓴 가정법 현재시제를 archaic(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쓰이지 않는 고어풍의)이라고 규정 짓고 있다. 아주 딱딱한 표현이거나 문학작품에서의 표현이 아닌 이상 직설법으로 쓴 것을 억지로 가정법으로 볼 필요가 없다.
아직 결심은 하지 않았으나 「만약에라도 회사를 떠난다면 새 일자리를 구하기가 힘들텐데...」라고 바꿔 쓸 수 있는 (2) 의 함축의미. 즉 있을 수 있는 사실을 가상해서 말하는 표현에는 가정법을 쓴다고 했다. 그렇다면 영문은 If you left the company, you would find it difficult to get a new job. 직설법에서 쓰인 will 대신에 would 가 쓰이고 있는 것은 가정법 과거시제인 left 와 시제가 일치된 것이라고 해석하는 것도 한가지 방법이다.
(c) Q: 가정법 과거는 현재사실의 반대고, 미래에 대한 가정은 「were to +동사원형」을 써야 하지 않나?
A: 중,고교시절 학교에서 미래에 대한 가정에는 were to 를 쓴다고 가르치고 있는 가 정법 기본 공식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의문을 가질 수 있는 질문이다. 사실상 학 교에서 가르치는 문법설명에는 어느 곳에도 현재 사실의 반대뿐만 아니라 미래에 대한 가정에도 가정법 과거시제가 쓰인다고 딱 부러지게 밝힌 것을 보기 힘들다.
이 대목도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드는 내용이다. 현대 영어용례를 분석해 보면 특히 informal English에서는 미래 조건절에 가정법 과거시제가 빈번히 쓰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앞에서 설명한대로 가정법 현재시제(동사 원형)가 현대 영어에서 거의 안 쓰이고 있는 것과는 달리 미래에 대한 가정적인 표현으로 were to 가 이따금 쓰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미래에 대한 가상적인 표현에 주로 가정법 과거가 쓰이고, were to 가 쓰이는 경우는 딱딱하고 문어적인 표현에서나 볼 수 있는 것으로 알아도 된다. 또한 반드시 were to 를 써야하는 경우를 찾아본다면 were to 를 쓰지 않았다가는 현재 사실의 반대인지 미래에 대한 가정인지 구분하기 어려워 혼란을 일으킬 수 도 있기 때문에 이를 피하기 위하여 부득이 쓰이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Ex) If we didn't go to their party next week, they would be angry.
우리가 내주 그들 파티에 안가면 화를 낼텐데.(그러니까 시간을 내 보도록 해야하지 않을런지)
[비교] If we don't go to their party next week, they will be angry.
우리가 내주 그들 파티에 안가면 화를 낼거야.(뻔히 알면서도 못 가는 것이니 부득 이한 사정이라는 것을 자네가 설명 좀 해 주게)
2. 조건문이라고 반드시 가정법은 아니다.
독해를 위주로 한 영문법설명에 익숙한 초보자들이 빠지기 쉬운 착각은 가정법 예문으로 주로 조건절에 익숙하다 보니 막상 영작이나 회화를 할 때 모든 조건절을 가정법으로 써야하는 것으로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이미 앞에서도 설명했지만 가정법이라는 것은 (1) 실제 사실의 반대나 실제 가능성이 없는 내용 또는 (2) 가능성이 있더라도 머리 속에서만 상상을 하면서 나타내는 표현에 쓰는 것이라고 확고히 개념을 정리해 놓으면 「만약 ... ~라면」이라는 표현이 무조건 가정법이려니 하는 잘못된 생각은 쉽게 말끔히 씻어버릴 수 있다.
이미 “1”의 예에서도 밝혀졌지만 당장 실현될 미래 조건절에는 직설법 현재시제가 쓰이는 것이 당연하다. 이 경우뿐만 아니라 불변의 진리나 습관적인 내용을 조건문으로 만들 때에도 가정법이 아닌 직설법이 쓰인다. 결제절에서도 will 이나 would 만이 반드시 쓰이는 것이 아니고 독립된 내용에 따라 직설법 현재 시제나 과거 시제가 쓰일 수 도 있는 것이다.
(예) ․If oil is mixed with water, it floats.
기름이 물과 섞기면 수면에 뜬다.
․If I wash the dishes, my wife dries them.
내가 접시를 닦으면 집사람은 건조시킨다.
․If his father said, "Jump!" he jumped.
그의 아버지가 “뛰어!”라고 하면 그는 뛰었다.
같은 맥락으로 이해한다면 조건절의 시제와 결제절인 주문의 시제는 내용여하에 따라 여러 가지 시제가 쓰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예) ․If he has a tape recorder, he probably borrowed it.
그가 녹음기를 갖고있다면, 빌 린 것이겠지.
․If she is not at home, she has probably gone to the market.
그녀가 집에 없다면, 아마도 시장에 갔을 거야.
․If they finished dinner early tonight, they're probably watching television now.
그들이 오늘저녁 일찍 식사를 끝냈다면, 지금 아마도 TV를 보고 있겠군.
․If he was at school yesterday, I didn't see him.
그가 어제 등교했어도 나는 못 봤는데.
․If she did what you say, she has done wrong.
그녀가 당신 말대로 했다면 그녀가 잘못한 것이지.
3. 조건문이 아닌데 가정법이 쓰이는 경우를 이해하자.
가정법의 기본개념이 터득이 되면 “2”의 경우와는 반대로 문장이 조건문이 아니더라도 가정법이 실제로 자주 쓰이는 예를 쉽게 이해 할 수가 있다.
(1) 동사 wish의 목적으로 쓰이는 that절에서
우리말로는 똑같이 「바란다」의 뜻으로 쓰이는 hope와 wish의 함축의미를 분석하면 이들이 that명사절을 목적으로 취하는 문형에서 동사 hope가 있을 수 있는 내용을 바라는 뜻이라면, wish는 사실이 아니거나 실현이 거의 불가능한 내용을 바란다는 뜻을 갖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hope that절에서는 직설법인「will + 동사원형」이나 현재시제가 쓰이는데 비해 wish that절에서는 가정법이 쓰이는 것이 통례다.
(예) ․I hope (that) he will recover/recovers soon.
나는 그가 곧 회복하기를 바란다.
[참고] hope that절에 will대신 would를 쓰는 것은 잘못이다.
․I wish (that) I had met her yesterday.
그녀를 어제 만났으면 좋았을 걸 그랬다.
․I wish (that) I had a million dollars.
백만불이 있으면 좋겠다.
․I wish (that) he would help me.
뻔히 안 될 줄은 알지만...그가 나를 도와주면 좋겠다.
(2) as if 절에 가정법이 쓰인다
as if 절의 뜻이 「마치 ~인 것/한 것처럼」의 의미다 보니 실제 사실의 반대를 나타내는 가정법시제가 쓰이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겠다.
(예) ․He acts as if he were my teacher.
그는 마치 나의 선생님인양 행세를 한다.
․She turned pale as if she had seen a ghost.
그녀는 마치 귀신을 본 것처럼 얼굴이 창백해졌다.
(3) It is time that 절에 가정법 과거시제가 쓰인다.
가정법을 잘 모르는 사람들을 당혹하게 만드는 용례로 「~할 시간이다」라는 우리말 표현이 영문으로는 「It is time that + 가정법과거」 라는 문형으로 written English뿐만 아니라 일상 회화에서도 자주 쓰이는 것을 접하게 되는 것이다.
(예) ․It is time that we went to bed.
우리가 취침할 시간이다.
․It is hight time that we got started.
우리가 시작할 적시다.
미래시간에 가정법과거가 쓰인다는 훨씬 앞에 소개한 예들을 이해한다면 우리말로는 분명히 미래시제로 쓰이는 이 표현들을 영어에서 과거시제로 쓰고 있는 예들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4) 요구, 명령, 제안의 내용을 나타내는 that절에 쓰이는 가정법 현재시제
문법학자들에 따라 동사원형이 쓰이는 시제를 명령법이라고 따로 규정할 것이냐 또는 가정법 현재시제로 한데 묶을 것이냐 하는데 에는 양론이 있으나 대부분의 외국 문법책들은 (4) 로 소개한 that절 속에 쓰이는 동사원형시제를 가정법 시제(subjunctive) 라고 규정하고 있다.
(Ex) ․He requested that she be promoted.
그는 그녀가 승진될 것을 요구했다.
․He ordered that she leave at once.
그는 그녀가 당장 떠날 것을 명령했다.
․They moved that the meeting be adjourned.
그들은 휴회할 것을 동의했다.
․It is important that she be left alone.
그녀를 내버려두는 것이 중요하다.
․The recommendation that she be promoted has not been accepted.
그녀를 승진시키도록 하자는 추천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참고]영국영어에서는 위의 예문들의 경우 동사원형대신에 「should + 동사원형」이 쓰인다.
4. 조건절과 결제절(귀결절)의 시제에 대한 개념을 따로따로 알아두자.
조건문의 기본문형이라고 한다면 보통 다음 세 가지를 일반적으로 들 수 있다.
(1) If I have the money, I will take a vacation.(미래조건)
(직설법 현재시제) (제1 조건시제)
돈이 생기면 휴가를 갈 것이다.
(2) If I had the money,I would take a vacation.(현재의 가정)
(가정법 과거시제) (제2 조건시제)
돈이 있으면 휴가를 갈텐데..
(3) If I had had the money, I would have taken a vacation.(과거의 반대사실)
(가정법 과거완료시제) (제3 조건시제)
돈이 있었다면 휴가를 갔었을 텐데...
i. (1)의 조건절은 직설법 현재시제고 결제절(조건에 대한 결론을 나타내는 절)의 시제 즉
조동사(wlll/may/can 등)+동사원형」을 제1 조건시제라고 이름을 붙이는 문법학자도 있다.
ii. (2)의 조건절은 가정법 과거시제. 결제절의 시제인 「조동사의 과거형(would/could/might 등)+동사원형」을 제2 조건시제라고도 한다.
iii. (3)의 조건절시제는 가정법 과거완료. 결제절의 시제인 조동사의 과거형(would/could/might 등)+완료부정사(have + pp) 시제」를 제3 조건시제라고도 한다.
그러나 초보자가 알아둘 것은 조건절과 결제절의 시제가 반드시 (1) (2) (3)의 문형으로만 쓰이는 것이 아니란 것이다. 다시 말해서 조건의 내용이 (3)이고 결제절의 내용이 (2)이라면 예를 들어 「만약 그가 나의 충고를 들었더라면...(과거조건), 지금 그는 더 부자일텐데...(현재결제)」 라는 영어 문장은 (3)의 조건절 과거완료시제에 (2)의 제2 조건법 시제가 쓰여
․If he had taken my advice, he would be richer now.
이것을 가정법의 혼합시제용법이라고 하는데 가정법의 기본문형을 공식 외우듯이 한 초보자에게는 헛갈리기 십상이다.
조건이 가정법 과거시제(ii) 이고 주문 내용이 제3 조건시제(iii) 일 수도 있다.
(예) ․If he knew me well, he wouldn't have said that.
그가 나를 잘 안다면 그런 말을 하지 않았을 텐데...
경우에 따라서는 가정법과 직설법이 한 문장에 쓰이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에도 문장을 따로 따로 분석해서 이해하면 어려울 것이 없다.
(예) ․He would buy the dictionary, but (that) he hasn't enough money.
=He would buy the dictionary if he had enough money.
돈이 넉넉하다면 그 사전을 그가 살텐데...
[참고] 갖고 있지 않은 것이 사실이니까 He hasn't enough money는 직설법 시제고, 사실이 아닌 if he had enough money는 가정법 과거 시제가 쓰이고 있다는 것을 주목하면 되는 것이다. -교실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 영어-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