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는 같으나 뜻이 다른 단어를 동음이의어(同音異義語·homonym)라고 한다. ‘공무원(公務員)이 공무원(公無員)이 돼서야’ ‘공약(公約·manifesto)이 공약(空約·empty promise)이 돼서야’라는 말이 있다. 비례대표(比例代表)가 비례대표(非禮代表)가 됐다. 소수자를 배려한다는 취지의 비례대표(比例代表) 국회의원이 돈과 인맥에 빠져 비례대표(非禮代表)가 되어버렸다는 말이다.
발기(勃起)와 발기(發起)에 관련된 이야기도 많다. 전자는 ‘갑자기 불끈 일어남’을, 후자는 ‘앞장서서 새로운 일을 꾸며 일으킴’을 이른다. 영어로 하면 전자는 erection이고, 후자는 promotion이다.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회장이 밀어주어 국회의원이 된 고(故) 정주일(코미디언 이주일) 의원은 정계입문 직후 “발기대회(發起大會)를 한다기에 발기(勃起) 좀 해볼까 하고 가봤더니 정주영·김동길같이 발기(勃起)와 관계없어 보이는 사람들만 앉아 있더라”는 우스갯소리를 했다. 더 이상 재미있을 수 없는 개그의 백미요, 말장난(wordplay)이었다.
재담꾼으로 소문난 토니 블레어 전 영국 총리는 노동당 당수 시절과 총리 재직 시 외국을 방문하면서 숱한 화제를 남겼다. 그중의 백미는 1996년 1월 노동당 당수 자격으로 일본을 처음 방문했을 때 발생한 ‘발기(勃起·erection)’사건이다.
블레어 전 총리의 홍보수석비서관을 지낸 알래스테어 캠벨(Alastair Camp- bell)은 2007년 ‘블레어 시대: 알래스테어 캠벨 일기(The Blair Years: The Alastair Campbell Diaries)’에서 에피소드 하나를 공개했다. 한편으로는 당혹스럽기 그지없는 황당한 이야기요, 한편으로는 요절복통할 공개적인 모욕이었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블레어가 총리로 선출되기 직전 영어가 서툰 일본의 한 기업인이 블레어 당수에게 “A whole of Japan is looking forward to your election(일본 국민 모두는 당신이 선거에서 당선되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이라는 의미로 “A whole of Japan is rookin fowad to your erection(일본 국민 모두는 당신이 발기(勃起)가 잘 되기를 고대하고 있습니다)”이라고 말했다. 알(r)과 엘(l)의 발음이 서툰 데서 생긴 일이었다.
그러면서 그(일본 기업인)는 블레어 당수가 최고가 되라는 뜻으로 엄지손가락을 위로 치켜들면서 “Big one”이란 말을 반복했다. 선거에서 승리해 큰 인물이 되라는 뜻을 담으려 한 것이었으나 발기(勃起)라는 단어 때문에 ‘큰 성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이해됐다. 이 말을 듣고 블레어 당수는 대경실색했다.
위와 같이 발음은 같거나 비슷하나 뜻이 다른 말을 일부러 오용(誤用)하여 말장난(wordplay)하는 것을 malapropism(Malaprop식의 말씨), 또는 pun(동음이의해학(同音異義諧謔)이라고 한다. 또 하나의 예를 보자.
There is neither egg in eggplant nor ham in hamburger.
Neither pine nor apple in the pineapple.
English muffins were not invented in England.
French fries were not invented in France.
(Eggplant(가지)에는 egg(달걀)가 없으며 햄버거에는 햄이 없다.
파인애플에는 파인도 없고 애플도 없다.
잉글리시 머핀은 영국에서 발명되지 않았다.
프렌치프라이는 프랑스에서 발명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