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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기후변화·로봇… 미래 키워드 꿰뚫어라
전문가 3인이 꼽는 '5년 후 유망 직업'
0.83대 1.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의 2013학년도 수시모집(지역균형선발 전형) 경쟁률이다. 미국발(發) 경제 위기가 불어닥친 2008학년도(8.46대 1, 특기자 전형) 이후 최저 수치다. 불과 5년 새 확 달라진 학과 선호도, 5년 후엔 또 어떻게 바뀔까? 배성오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경영학 박사), 김한준 한국고용정보원 직업연구센터장(산업심리학 박사), 한상근 한국직업능력개발원 직업진로연구실 선임연구위원(사회학 박사) 등 전문가 3인에게 물었다.
‘이공계·의학계열 졸업생 강세, 융합형 인재 선호도 상승’. 세 사람은 ‘5년 후 취업 시장’에 대한 전망을 이렇게 요약했다. 단, 인문·사회계열 졸업자에 관해선 세 명 모두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상근 선임연구위원은 “이공계열과 의학계열은 전공과 직업 간 연계성이 높아 전망이 비교적 뚜렷하게 그려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의대를 나오면 대부분 의사가 됩니다. 따라서 의사가 유망 직업이라면 의대 역시 유망 학과가 되겠죠. 반면, 철학과를 졸업한 후 철학자가 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인문·사회계열에서 유망 ‘학과’를 밝히기 어려운 것 역시 그 때문입니다. 다만 인문·사회계열에서도 유망 ‘직종’은 존재할 수 있겠죠.”
‘이공계·의학계열 졸업생 강세, 융합형 인재 선호도 상승’. 세 사람은 ‘5년 후 취업 시장’에 대한 전망을 이렇게 요약했다. 단, 인문·사회계열 졸업자에 관해선 세 명 모두 “섣불리 예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상근 선임연구위원은 “이공계열과 의학계열은 전공과 직업 간 연계성이 높아 전망이 비교적 뚜렷하게 그려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의대를 나오면 대부분 의사가 됩니다. 따라서 의사가 유망 직업이라면 의대 역시 유망 학과가 되겠죠. 반면, 철학과를 졸업한 후 철학자가 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인문·사회계열에서 유망 ‘학과’를 밝히기 어려운 것 역시 그 때문입니다. 다만 인문·사회계열에서도 유망 ‘직종’은 존재할 수 있겠죠.”
- 왼쪽부터)배성오 연구원, 한상근 연구위원, 김한준 센터장. 세 사람은 학부모에게“자녀에게 직업을 권할 땐 연봉이나 향후 수요 외에도 다양한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이경민 기자 kmin@chosun.com·김잔듸 객원기자.
올 초 배성오 연구원이 정부와 국내외 연구기관의 조사를 종합해 발표한 ‘한국의 9대 미래 유망 산업 분야’엔 △친환경에너지 △환경기술 △수송탐사 △첨단도시개발 △정보통신 △로봇기술 △신소재나노 △의약 △고부가식품 등이 포함돼 있다(CEO Information 2012년 2월호〈삼성경제연구소 발간〉 참조). 이 중 배성오 연구원은 ‘의약’, 김한준 센터장은 ‘친환경에너지’, 한상근 연구위원은 ‘로봇기술’ 분야 진출을 각각 추천했다.
“의약 분야는 고령화 사회로의 진입, 건강에 대한 관심 상승 등으로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자료(2009년 발표)에 따르면 오는 2018년까지 바이오의약 분야 시장은 매년 22.3%씩 커질 전망입니다. 해당 분야에 진출하려면 의료·약학·치료·보건·생명공학 관련 학과에 진학하는 게 유리하겠죠.”(배성오) “기후변화는 전 세계가 고민하는 의제 중 하나입니다. 이에 따라 천문학과·대기학과 등 기후 변화 추이와 그 대응법을 연구하는 학과의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입니다.”(김한준) “우리나라의 안드로이드(인간형) 로봇 생산 기술력은 세계 3위 이내 수준입니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등 관련 연구소에선 박사급 연구원들이 좋은 환경에서 높은 임금을 받으며 일하고 있죠. 가장 관련도가 높은 학과는 기계공학과 등입니다.”(한상근)
올해 서울대 수시 모집에서 미달 사태를 빚은 조선해양공학과의 전망 역시 아직은 ‘청신호’로 봐도 무방하다. 이번 취재에 응하며 STX·삼성 등 국내 조선업계 관계자들과 대화를 나눈 김 센터장은 “조선해양공학은 ‘조선공학’과 ‘해양공학’이 합쳐진 학과인데 해양공학의 장래는 여전히 밝은 상태”라고 말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 선박 제작을 의뢰해 온 유럽이 경기 침체를 겪으며 수주량이 줄어든 건 사실입니다. 하지만 최근 삼성 등 국내 관련 기업은 해양플랜트 관련 투자 비중을 오히려 늘리고 있습니다. 해양플랜트는 최첨단 과학기술을 필요로 하는 분야인 만큼 해양공학과 출신의 취업률은 좀처럼 내려가지 않을 겁니다.”
인문·사회계열ㅣ‘융합형 인재’가 살아남을 것
한 연구위원은 인문·사회계열 졸업자의 유망 직업과 관련, “(개인 능력의) 발전가능성 높은 직종이 인기를 끌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2010년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유망 직업을 나누는 기준은 △보상 △고용현황 △고용안정 △발전가능성 △근무여건 △직업전문성 △고용평등 등 크게 7가지입니다. 각 기준별로 상위 20위 직업을 꼽아보니 발전가능성 항목에서 의외의 직업군이 많이 나왔어요. 그중 상당수는 자산운용가, 투자·신용분석가, 증권·외환 딜러 등 인문·사회계열 졸업자가 노릴 수 있는 직업이었죠.”
김 센터장은 “기업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멀티플레이어형 인재’를 요구할 것”이라며 “이 같은 흐름에 대비하려면 대학 학부 과정에서 전혀 다른 두 개의 전공을 이수해 본인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를테면 올해부터 국가 공인 자격증 시험이 실시되는 국제의료코디네이터의 경우, 어문 지식과 의학 지식을 고루 갖춘 인재가 관련 시장을 선점하게 될 겁니다. 또한 머지않아 심리학적 지식을 겸비한 안드로이드 로봇 공학자가 각광받는 시대가 옵니다. ‘사람 닮은 로봇’을 만들려면 일단 사람에 대한 세세한 관찰이 전제돼야 할 테니까요.”
학과·전공 선택, 이 점만은 유의해라
“(입학을) 가장 말리고 싶은 학과는 ‘이름 긴 학과’입니다. 이름이 길수록 전공 분야의 폭이 세밀하고 좁은 경우가 많아요. 산업 시장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죠. 따라서 수험생 개인에게 좋은 학과는 ‘어느 기업에 원서를 내도 고개가 끄덕여지는’ 기초 학문 학과라고 생각합니다.” (배성오)
“의사·변호사 등 최근 일부 전문직군 종사자를 중심으로 ‘먹고살기 어렵다’며 어려움을 토로하는 이가 늘고 있습니다. 하지만 경쟁이 심해진 것일 뿐, 그들의 임금 수준은 여전히 높은 편입니다. 직업에 관한 한 움직일 수 없는 명언은 ‘세상에 쉬우면서도 돈 많이 벌 수 있는 일은 없다’는 겁니다.” (김한준)
“진정한 유망 직종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입니다. 실제로 기성세대가 흔히 유망 직종으로 꼽는 ‘의사’는 해당 직업 종사자 사이에선 만족도가 가장 낮은 직업군 중 하나입니다. 유망 학과를 선택하기 전, 자신이 진짜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부터 찾아보세요.”
(한상근)
이색 직업, 이런 것도 있었네
☞메디컬일러스트레이터: 수술 장면 등 복잡한 의학 관련 이미지를 쉽고 간단한 그림으로 표현해내는 직업. 국내에서 현역으로 활동 중인 이는 10명 내외에 불과하다.
☞국제의료코디네이터: 외국인 환자와 국내 병원·의료진을 중개한다. 최근 급증하고 있는 ‘병원 투어 중국인’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
☞탄소배출권 거래중개인: 탄소의무감축국에서 탄소 배출량의 기업 간 거래를 담당하는 전문 중개인. 현재 우리나라는 탄소의무감축국 가입을 위해 준비 중인 상태다. (탄소의무감축국인) 영국엔 증권시장 형태의 탄소 배출량 거래소가 실제로 존재한다.
☞컴퓨터 보안전문가: 컴퓨터 해킹 등에 따른 정보 누출을 예방하고 차단하는 기술자. 컴퓨터 의존도가 높아지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비파괴검사원: 방사선·초음파 등을 이용해 특정 재료나 구조물의 성질과 결함 여부를 검사하고 평가하는 직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