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대나무
2030년 미래의 직업세계는 어떠한 모습일까. 먼저 직업세계를 둘러싼 환경변화를 살펴봐야 한다. 미래학자들은 환경변화를 STEEP, 즉 사회(Society), 기술(Technology), 경제(Economy), 환경과 자원(Ecology), 정치(Politics) 등으로 세분화해 분석한다.
첫째, 사회영역에서 가장 주목되는 변화는 인구구조의 고령화다. 우리나라는 저출산, 고령화
현상이 지속되면서 이미 고령화 사회에 진입했고, 2019년에는 고령사회(65세 인구가 14%이상), 2026년에는 초고령사회(65세 인구가 20%이상)로 변화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초)고령사회의 진입이라는 인구(구조)변화는 경제활동의 주력인 생산가능인구(14~64세)의 감소를 의미한다.
이러한 인구(구조)변화는 내수 침체에 따른 경제 성장률 둔화, 세수 감소, 경제 활력의 급격한 하락 등으로 이어질 것이다. 아울러 고령자들의 정치, 경제적 역할이 증대될 것이다. 이미 진행되고 있는‘다문화’사회로의 본격적인 전환은 직업세계의 모습을 바꿀 것으로 예측된다.
고령화, 직업세계도 바꾼다
둘째, 기술영역의 변화로 과학기술의 고도화가 더욱 진전될 것이다. 21세기로의 전환기에서 가장 눈부신 발전을 경험한 것은 IT(정보기술) 분야였다. PC, 인터넷 기술을 넘어 이제는 스마트폰과 모바일 패드의 혁신을 경험하고 있다. IT기술의 혁신은 세계화를 이끈 원동력이었으며 직업세계의 변화를 선도했다.
앞으로는 IT뿐만 아니라 BT(바이오기술), NT(나노기술), ST(항공우주기술) 분야가 미래사회를 이끌 것이라는 예측을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들은 서로 융합하면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IT와 BT, NT를 서로 접목한 IBNT 융합기술은 의료산업을 첨단화시킬 것이다. 나노기술을 이용한 나노로봇은 사람의 혈관 속을 헤엄치면서 우리의 질병을 치료하는 의료기술의 혁신을 가져올 수 있다. IT, BT를 융합한 축산업은 동물의 게놈지도를 이용해 질병에 저항력이 강한 우량 유전자를 가진 종자를 개발, 상용화 할 수 있다.
셋째, 경제영역에서는 저성장 시대로의 진입이 예측된다. 우리 경제는 오랜 기간 높은 성장률을 경험했고, 지금도 고성장을 당연시하고 있다. 그러나 경제규모가 커지고, 고령사회 진입이 현실화되면 저성장은 일상적인 현상이 될 것이다. 이에 따라 기존의 고성장을 상정한 경제 질서의 대변모가 불가피해질 것이다.
넷째, 환경과 자원 영역에서는 지구 온난화와 자원의 고갈이 가장 큰 이슈가 될 것이다. 지구 온난화에 따라 환경 재앙이 격화될 것이며 곡물 가격의 상승 등 다양한 문제가 야기될 것이다. 석유와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의 고갈이 현실화되면서 이를 대체하려는 새로운 에너지가 핵심 산업으로 등장할 것이다.
다섯째, 정치영역에서는 다극 체제로의 전환과 시민사회의 역할 증대가 예측된다. 기존 미국 중심의 단일 패권체제는 최근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양강 체제로 변모했다. 미래에는 브라질, 러시아, 인도 등 신흥 경제강국의 위상 강화로 세계 질서가 다극 체제로 바뀔 것으로 보인다. 국내 정치적으로는 시민사회의 정치적 역할이 확대돼 시민들의 정치적 위상이 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러나 복지국가의 발전이 이뤄지면서 공공 부문의 비중이 확대될 것인가, 혹은 정부의 실패를 명분으로 사회 각 부문의 시장화가 본격화 될 것인가의 문제는 현재로서는 단정 짓기 어렵다.
지식 정보화 사회 … 전문직 위상 강화미래의 직업세계에서는 단순 업무보다는 전문적 업무가 보다 중요한 시대가 될 것이다. 전문가 및 관련 종사자는 가장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직업으로, 전체 종사자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크게 증가할 것이다.
지식 정보화 시대를 맞아 전문적 지식을 보유하고 고객에게 권위를 행사하는 전문직의 위상은 강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정보기술, 생명공학, 나노공학, 문화산업, 금융산업, 녹색산업 등의 분야에 다양한 전문직이 각광을 받는 시대가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에 따라 미래의 유망직업은 첨단과학기술과 문화·금융·녹색산업 분야의 직업들이다.
반면 농림어업 숙련종사자와 단순 업무 종사자는 오히려 취업자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농업시대를 넘어 산업화를 경험하면서 농림어업 숙련종사자는 지속적으로 감소했고, 2030년까지도 이러한 경향은 계속될 것이다. 그리고 단순 업무와 관련된 직업들은 앞으로 쇠퇴할 것으로 예측된다. 각종 기계 조작원, 제조 관련 단순종사원, 농림어업 관련 단순종사원, 식당 서비스 관련 종사자 등은 일자리가 감소될 직업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예측은 최근의 직업연구 결과에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의 연구에 따르면 기획 및 마케팅 사무원 다음으로 비파괴검사원, 플랜트공학기술자, 산업기계공학기술자, 컴퓨터시스템감리기술자 등은 앞으로 발전가능성이 높은 직업이다. 반면 연근해, 원양 어부 및 해녀, 이용사, 주유원, 채소 및 특용작물 재배원, 가사 도우미 등은 현재와 비교해 미래 시점에는 발전가능성이 후퇴할 직업이다.
2030년에는 현존 직업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직업들이 다수 출현할 것이다. 미래 연구기관(Fast Future Research) 등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30년까지 새롭게 태동할 직업으로‘고령자 재산관리자’,‘수직형 빌딩 농부’,‘나노 의사’,‘기후변화대응전문가’,‘최신과학윤리학자’,‘우주건축가’,‘우주여행 가이드’,‘나노섬유 의류 전문가’, ‘기억수술 전문 외과의’, ‘생명공학 농부(pharmer)' 등이 있다.
‘기억 수술 전문 외과의사’탄생?
수직형 빌딩 농부(vertical farmer)는 수분, 온도, 빛 등을 농사에 최적화시킨 빌딩의 각층에 농작물을 재배한다. 달과 화성 등 우주여행 프로그램과 우주기지 개발이 활성화되면서 우주비행사 뿐만 아니라 우주건축가와 우주여행 가이드가 주목받는 직업이 될 것이다. 인간의 마음을 의학적으로 분석하고 치료하는 분야도 발전해 고객에게 유해한 기억을 제거하는 기억수술 전문 외과의가 하나의 직업으로 존재하게 될 것이다. 생명공학농부의 영어명 pharmer는 약학(pharmacy)과 농부의 합성어이며, 이 직업은 특정한 약효가 있는 농작물을 재배한다.
새롭게 생성되는 이러한 직업을 소지한 사람들은 2030년에도 소수일 것이다. 그러나 새로운 직업들은 직업세계의 변화 방향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새로운 직업의 부상은 고령화, 첨단과학기술 발전, 지구 온난화, 화석연료의 고갈 등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고려대 사회학 박사. 진로정보센터소장을 지냈고, 직업진로정보망 커리어넷 사업과『미래의 직업세계-학과편』개발 작업을 책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