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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함께하는 교육] 대입 수시모집 입학사정관제 전략
입학사정관제 전형에서 학생들이 가장 까다롭게 여기는 건 ‘자기소개서’다. 입시를 목전에 두고 준비하면 허겁지겁하다 실수하기 쉽다. 지금부터 바로 자소서 쓰기에 돌입해야 나중에 부담을 덜 수 있다.
2014학년도 대학 수시모집 원서접수일(9월 4일)이 8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입학사정관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라면 자기소개서부터 작성해야 할 시기다. 원서접수일에 닥쳐 허겁지겁 쓰려다간 낭패를 볼 수 있다. 자소서로 합격한 대학생과 입학사정관의 말을 통해 자소서 작성의 원칙을 알아보자.
내 껍질을 하나하나 벗겨내서
보여주는 솔직함이 낫다
감추거나 부풀린 자소서로는
면접관의 심층적인 질문을
통과하기 어렵다
1. 민낯 그대로 솔직하게 써라
자소서를 쓸 때면 화려한 포장지로 선물을 감싸듯 좀더 그럴 듯하게 포장하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진솔희(19·중앙대 신문방송)씨는 “내 껍질을 하나하나 벗겨내서 보여주는 솔직함이 낫다. 감추거나 부풀린 자기소개서로는 면접관의 심층적인 질문을 통과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친구와 선생님, 부모님 등 주변 사람들이 ‘그래, 이게 바로 너야’라고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진솔하게 써야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입사제로 합격한 선배들은 대필 유혹에 빠지지 말라고 조언했다. 윤혜진(19·고대 교육학과)씨는 “나만의 경험과 느낌까지 대필해 줄 순 없다. 그 경험들을 가장 짜임새 있고 의미 있게 연계시킬 수 있는 것도 나 자신”이라고 했다. 김가은(19·경희대 언론정보)씨는 “면접에 가더라도 억지로 끼워 맞춘 대필원고를 외운 후 그에 따라 입을 맞춰야 할 것”이라며 대필 무용론을 폈다.
이석록 외대 책임입학사정관은 “대필한 자소서는 생활기록부에 적힌 ‘팩트’와 연결해보면 과대포장이 드러난다. 표절검증시스템과 면접과정에서도 집요하게 파고들어 세밀하게 걸러낸다”고 지적했다.
2. 백마디 미문보다 한 가지 사례가 낫다
미사여구와 명언을 동원해 아름답고 감동적인 글을 쓰려는 경우도 적지 않다. 윤혜진 씨는 “자소서는 문학적인 글쓰기가 아니다. 화려한 수식어와 표현을 넣다 보면 분량이 제한된 자소서의 글자 수만 늘리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김애린(19·경희대 언론정보)씨는 “백설공주와 마법의 거울 이야기에 빗대어 세상을 보는 정직한 시선을 표현하려다가 나중에는 다 뺐다. 자소서는 글쓰기 능력이 아니라 어떤 활동을 통해 무엇을 느꼈는지를 보여주기 위한 글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임진택 경희대 책임입학사정관은 “감정에 치우치기보다 상대방을 설득할 만한 논리를 사례와 경험을 통해 얼마나 정확하게 보여줄 수 있느냐가 자소서의 성패”라며 “옷을 차려입고 나가면 흉을 보던 농촌 지역에 살면서도 ‘옷은 곧 자기표현’이라고 고집하며 의상디자이너의 꿈을 키웠다는 지원자의 사례가 어떠한 미문보다 설득력이 높았다”고 소개했다.
3. 사소함의 가치를 안다
거창하고 화려한 스펙이 없다고 탄식할 필요도 없다. 사소한 일상과 경험이라도 꼼꼼히 돌아보고 그 의미를 찾는 것으로 충분하다. 김가은씨는 중학교 시절 자기중심적 사고로 친구들과 관계 맺기에 서툴렀지만 고교 축구 동아리 활동으로 극복한 사례를 자소서에 적었다. 소소한 경험에서도 상대방을 배려하고 협력하는 덕목을 얼마든지 끄집어낼 수 있는 셈이다.
이석록 입학사정관은 “아침 자율학습부터 야자까지 꽉 짜인 학교생활 중에 아이들이 특별한 활동을 얼마나 할 수 있겠나? 18살 고등학생들이 산전수전 다 겪는 건 불가능하다. 그 나이와 수준에서 공감 가능한 이야기가 더 진정성이 있다”고 했다.
4. 교내 활동에 충실하라
김정훈(19·중앙대 기계공학)씨는 학교 활동을 충실히 했음을 보여주는 데 집중했다. 누군가 미리 판을 짜놓은 교외 활동보다 처음부터 스스로 기획하여 실행한 교내활동이 자기주도 역량을 부각시키는데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실제 김정훈 씨의 자소서는 횡단보도가 없던 학교 앞 교통지킴이 활동 추진, 학교 축제 패션쇼 연출, 과학동아리 활동과 교내물리경시대회 수상 등으로 채웠다. 기계공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도 제주도 수학여행 중 탑승한 배가 일으키는 물살에서 발견한 ‘소용돌이 저항’이 계기였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 또한 2014학년도 대입부터 자기소개서에 교외활동 질문을 제외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5. ‘나 자신’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주현규 카이스트 입학사정관은 “대부분의 자소서는 학창시절의 활동들이 본인을 어떻게 성장시키고 인격적으로 성숙하게 했는지를 보여주는 데 그친다. 주변에 어떤 긍정적 영향을 미쳤는지, 사회에 어떤 기여를 할 수 있을지 등을 고민한다면 훨씬 더 의미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박현규(19·연세대 수학)씨는 앞으로의 학업계획을 묻는 질문에 ‘수학 길잡이 책 편찬’ 포부를 밝혔다. 정답풀이에 그치는 수학문제집에 답답해했던 자신의 경험을 후배들이 되풀이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지수민(20·연세대 언론홍보영상)씨는 매스커뮤니케이션학 연구를 장래목표로 삼았다. 소셜 네트워크를 통한 무차별적 마녀사냥으로 발생한 사회적 폐해를 줄이고 싶다는 취지였다.
6. ‘나만의 키워드’를 뽑아낸다
“주요 활동들을 시간 순으로 나열해보는 게 자소서의 출발이다”
김상훈(20·경희대 언론정보)씨는 글감의 소재를 나열하듯 고교 3년간 활동을 정리하며 자소서 항목에 따른 배치를 고민했다. 단순한 배분이 아니라 여러 활동을 연계하여 하나의 키워드로 뽑아냈다.
김애린 씨는 자신을 설명하는 키워드를 ‘대화와 소통’이라 정리하고 이에 맞춰 어머니와 속마음을 주고받았던 공책편지쓰기, 한-미 에프티에이(FTA)에 대한 한국 농민들의 우려를 담아 미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로 금상을 받았던 영어토론대회, 블로그 언론사 운영 계획 등을 자소서에 담았다.
진솔희씨는 자소서 전체의 내용을 하나의 완결된 이야기로 연결짓는 데에도 힘을 썼다. “질문을 다 빼놓고 답변들을 붙여쓰기했을 때도 한 편의 일관된 스토리로 느껴질 수 있어야만 나에 대한 설명이 제대로 된 것이라고 봤다”
7. 질문부터 곱씹어 봐라
지수민 씨는 “자소서가 요구하는 답변이 무엇인지 질문을 잘게 쪼개어 보라”고 권했다. 이석록 입학사정관의 생각도 다르지 않다. “질문을 이해하지 못한 채 사오정처럼 엉뚱한 답변을 늘어놓는 경우도 많다. 질문지의 쉼표를 놓치지 말라”고 했다.
자소서가 입사제 제출 서류의 전부도 아니다. 주현규 입학사정관은 “학생부와 교사추천서 등에도 충분히 기록된 내용을 자소서에서 중언부언할 필요가 없다. 다른 서류에서는 언급되지 못한 이야기를 적는 것이 글자 수가 제한된 자소서를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김영우 기자 kyw@hanedui.com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