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대학 합격기] 서울대 체육교육과
2012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으로 서울대 체육교육과에 합격한 유성현씨는 누구보다 바쁜 고교 시절을 보냈다. 정시모집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이하 '수능')·내신·논술을 모두 반영하는 서울대의 특성 상 세 가지를 모두 준비해야 했기 때문. 여기에 '사범대학'이란 점에서 '면접', '체육교육과'란 점에서 '실기'에까지 신경 써야 해 남보다 준비할 게 곱절로 많았다. 유씨는 "고 3 때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시간 관리"라며 "체육 관련 학과 지원자라면 무엇을 우선순위로 놓을지 잘 판단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입 준비, '꿈 구체화' 작업부터 시작
고교 시절, 유씨는 진로 탐색에 남다른 공을 들였다. 어릴 때부터 스포츠, 특히 축구를 좋아했던 그는 고교생이 된 후 '운동을 그저 취미로 삼지 말고 직업과 연결해보자'고 결심했다. '꼭 선수로 뛰지 않아도 스포츠와 관련된 일은 많을 것'이라는 데 생각이 미쳤기 때문이다. 이후 인터넷과 책 등을 통해 관련 분야 직업을 찾아보며 꿈을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과연 그의 예상대로 스포츠 관련 직업은 체육교사부터 시작해 스포츠 행정가, 마케팅전문가, 프로구단 전략 분석가, 스포츠 전문기자 등 다양했다. 그 중에서도 유씨의 마음을 끈 분야는 '스포츠 경영·마케팅'이었다.
"진로를 정한 후엔 학과를 탐색했어요. 처음엔 경영학과나 언론홍보학과 진학도 염두에 두고 학과 홈페이지를 중심으로 정보를 모았습니다. 그러던 중 '체육교육과'가 눈에 들어왔죠. 특히 서울대 체육교육과는 스포츠경영·마케팅·정책 등을 두루 가르쳐 제게 꼭 맞는 학과였어요. 복수전공 제도가 있어 재학생이 원하기만 하면 경영·마케팅 분야까지 추가로 배울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래서 수시·정시 모두 체육교육과에만 지원했어요."
입시 준비 과정은 만만찮았다. 또래 수험생이 수능·내신 공부에 '올인'하는 고 3 초, 그는 기초 실기 준비에 들어갔다. 매주 일요일 체육학원을 찾아 3시간씩 높이뛰기·턱걸이·달리기 같은 기초체육 종목과 농구 레이업 등 종목별 기술을 훈련했다. 서울대 체육교육과가 정시 '나' 군에 편성되자 '가' 군에 속한 고려대 체육교육과 지원도 염두에 두고 준비를 병행했다. 유씨는 "간혹 수능을 치른 후 바짝 실기를 준비했다는 학생도 있지만 '실기는 2학년, 늦어도 3학년 초부터 준비해야 한다'는 게 대다수 합격자의 전언"이라고 귀띔했다.
"체육교육과 입시에서 실기 비중은 40%예요. 특히 전공 실기의 영향이 큰 편이죠. 육상·수영·농구·배구 등 20여 개 종목 중 무엇을 선택하느냐도 매우 중요해요. 모집정원 40명 중 종목별 선발 인원이 정해져 있는 데다 해당 종목 선수로 활동하던 학생이 지원하기도 하니까요. 따라서 가급적 여러 종목을 경험해본 후 자신이 가장 잘할 수 있는 종목을 골라 집중적으로 훈련하는 게 좋아요. 제 경우 가장 좋아하는 종목은 축구였지만 실기시험은 배구로 치렀습니다."
◇학원 줄이고 탐구영역은 선호 과목으로
목표를 정한 고 2 이후 유씨의 학습 태도는 확 달라졌다. 1학년 때 그의 내신성적은 3등급 중반대. 수능 모의고사 성적도 들쑥날쑥해 평균 실력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이래선 원하는 학과에 갈 수 없다'는 위기감이 밀려왔다. 당장 '방과 후 친구들과 축구하고 집에 가던' 습관부터 버렸다. "방과 후엔 무조건 학교 자습실로 갔어요. 학원에 갔다가도 다시 자습실로 돌아와 자정까지 공부한 후에야 집으로 향했죠. 자습시간이 늘어나자 '벼락치기' 공부 습관도 자연스레 사라졌어요."
고 3 1년은 철저하게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실기 준비에 시간을 쏟으며 정작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졌기 때문이었다. 그때부터 유씨는 '한 시간 일찍 등교하기' 전략을 세웠다. 수면 습관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쪽으로 바꿨다. 이른 등교로 확보한 시간은 언어영역 공부와 영어신문 읽기에 활용했다. 유씨는 "처음엔 꾸벅꾸벅 졸기 일쑤였지만 습관이 잡힌 후엔 오히려 머리가 맑아져 공부 효과가 더 높더라"고 말했다. 외국어영역 학습은 영어신문 읽기 외에 텝스(TEPS) 공부로 보충했다. 서울대 입시를 염두에 둔 전략이었다. 자습시간을 더 많이 확보하기 위해 학원은 대폭 줄였다. 유씨는 "체육교육과 역시 수능과 내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내 경우, 성적 올리는 게 급선무였기 때문에 논술 준비는 수능 이후로 미루고 코앞에 닥친 분량 학습에만 몰두했다"고 말했다.
"다른 수험생보다 운동에 시간을 많이 빼앗기니까 공부할 땐 최대한 집중하자고 마음먹었어요. 그러려면 공부도 재밌게 해야 할 것 같아 사회탐구영역 선택 과목(국사 제외)을 평소 좋아했던 지리(한국지리·세계지리)로 골랐죠. 공부가 잘 안 될 땐 지리책을 펴놓고 들여다봤어요. 사회탐구영역 공부가 제겐 일종의 '스트레스 해소 수단'이었던 셈이에요."
'실기 준비로 공부시간이 줄어든다'는 한계가 있지만 유씨는 "체육 관련 학과 지원자에게 유리한 점도 있다"고 했다. "꾸준한 운동 덕분에 여느 수험생에 비해 체력적으로 강할 뿐 아니라 스트레스 해소나 슬럼프 탈출도 비교적 쉬운 편"이란 것. "전 책이 머리에 안 들어오면 밖에 나가 운동했어요. 서울대 캠퍼스를 찾아 구석구석 걷거나 인근 관악산에 오르며 마음을 다잡기도 했죠. 3학년 9월 모의고사 성적이 떨어져 불안할 때도 학교가 있는 서울 대치동에서 청담동까지 뛰면서 걱정을 떨쳐냈어요. '남보다 준비할 게 많아 불리하다'고만 여기지 말고 긍정적 면을 찾아보세요. 단점을 장점으로 바꿀 수 있을 거예요."
- 맛있는 공부, 2012.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