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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성혜(왼쪽)씨의 아들 윤성진군. 성진군은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는 부모님 모습도 내겐 큰 학습 동기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이경호 기자 |
목표 달성하면 칭찬·포상으로 성취감 느끼게
대입보다 중간고사… 가까운 상황으로 자극
고된 사회생활 경험하게 했더니 '효과 톡톡'
"제가 학생일 때만 해도 '날 위해 고생하는 부모님 모습에 이를 악물었다'거나 '좋은 데 취직해 잘 살려고 공부했다'는 친구가 많았어요. 억지로 쥐어 짜지 않아도 학습 동기가 절로 형성되는 분위기였죠. 그런데 요즘은 세상이 많이 변했어요. 올해 중 3인 제 아이만 해도 부족한 게 없어 그런지 공부해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더라고요. '꿈을 찾으면 학습 동기는 자연스레 생긴다'지만 대학 입시 때까지 마냥 기다리자니 불안해요."(김성연·43)
'안 시켜도 스스로 공부하는 아이'는 모든 부모가 바라는 자녀상(像)이다. 문제는 동기 부여 방식. '명문대 가야 좋은 직업 갖고 돈 많이 번다'는 얘긴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돈? 없으면 아빠가 주겠지'라고 생각하는 요즘 아이들에게 효과적인 동기 부여 수단은 뭘까? 최상위권 고교생과 명문대생 자녀를 둔 학부모의 경험담을 취합했다.
비결1ㅣ따뜻한 언행으로 자녀 ‘마음’ 다독여라
최성혜(44·서울 강남구)씨는 중 1 때 학습 의지를 잃은 아들 윤성진(서울 휘문고 2년)군 때문에 걱정이 컸다. 당시 성진군은 과학고 진학 계획을 접으면서 목표를 잃은 상태였다. 중학교 입학 후 첫 시험 때만 해도 전교 1·2등을 다투던 아들에게서 ‘공부는 왜 해야 하느냐’는 얘길 듣고 최씨는 아연해졌다. 고심 끝에 그가 한 일은 ‘요리학원 수강’이었다. “직장 생활 하느라 요리엔 영 자신이 없었거든요. 학원에 다니고 인터넷을 뒤지며 레시피를 개발, 아이가 좋아하는 음식 위주로 간식을 챙겨줬죠. 다행히 사춘기였던 아이 마음이 한결 부드러워지더군요. 그 덕인지 중학교 땐 전교 10등부터 100등까지 널을 뛰던 성적이 고교 진학 후 전교 최상위권으로 안정됐어요.”
정의영(52·경기 군포시)씨는 아들 정진영(성균관대 의과대학 1년)씨가 고교생일 때 매달 편지를 썼다. 가족과 떨어져 기숙학교(공주 한일고)에 다니는 아들을 달래는 덴 편지가 제격이란 생각에서였다. “성적 얘긴 전혀 꺼내지 않았어요. 아이가 인생을 조망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으려 애썼죠. 제 학창시절 얘기도 들려주고요.” 정씨는 고교 입학 직후 진영씨에게 교내 동아리 활동도 적극적으로 권했다. “스포츠·학습 등 최소 2개 분야엔 가입하라고 했어요. 진영이는 피트니스·수학 동아리에서 활동했는데 학교 생활 적응에 큰 도움이 됐죠.”
비결2ㅣ주변 사람의 칭찬·인정만 한 약 없더라
4년 전 첫째를 서울대에 보낸 이희정(53·서울 송파구)씨는 공부엔 도통 무관심한 둘째(연세대 재학 중) 때문에 적잖이 마음고생을 했다. 그가 활용한 방법은 ‘(시험용) 버킷 리스트 쓰게 하기’. 시험 끝나면 하고 싶은 일을 적게 한 후 약속한 성적을 받으면 그중 하나를 들어줬다. 간간이 ‘칭찬 기법’도 곁들였다. “당시 둘째는 ‘아무리 해도 형을 뛰어넘을 수 없다’는 패배감에 사로잡혀 있었어요. 자신감부터 살려줘야겠다고 생각했죠. 이후 아이 담임교사는 물론이고 남편과 친척에게도 ‘성적이 조금이라도 오르면 칭찬해달라’고 부탁했어요. 다행히 고교 진학 후엔 성적이 조금씩 올랐고 그 덕에 친구들 사이에서 인정받으며 자신감을 찾더군요.”
송하정(45·서울 서대문구)씨도 4년 전 중학생이던 아이(고려대 재학 중)가 삐딱하게 구는 바람에 어지간히 애를 먹었다. “‘좋은 대학 가려면 지금부터 열심히 공부해야 한다’고 했더니 대뜸 따지는 거예요. 중학교 성적이 대학 입시와 무슨 상관이냐면서…. 기가 막혔죠. 그즈음 한 자녀 교육 강연장에서 힌트를 얻었어요. 당시 현직 고교 교사였던 강사 왈 대학 입시 얘긴 고 1에게도 안 먹힌대요. 자신과 너무 먼 이슈여서 자극이 안 된다는 거죠. 이후 ‘이번 학기 중간고사 잘 보는 법’ 등으로 화제를 바꿨고 그 선택이 주효했습니다.”
비결3ㅣ직업 체험 등 ‘사회 민낯’ 경험케 하길
김미정(가명·47·경기 고양)씨는 4년 전 고 1이던 아들(연세대 재학 중)에게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시켰다. “친척 중 명문대 출신이 많은 편이거든요. 그게 내심 스트레스였나 봐요.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해도 먹고사는 덴 지장 없지 않느냐’며 대드는 아이를 보며 문득 ‘이 아이가 먹고사는 일의 어려움을 알긴 하나’ 싶었어요. 결국 그해 여름방학 때 학원을 전부 끊고 편의점 아르바이트 일을 하게 했죠. 1개월 만에 확 달라지던데요. 공부를 늦게 시작한 탓에 재수를 하긴 했지만 그때 얻은 학습 동기 덕에 목표 대학 진학에 성공했습니다.”
최성혜씨는 성진군이 어릴 때부터 작가·금융전문가·변호사·사업가 등 다양한 직업군 종사자를 만날 수 있도록 배려했다. 같은 직업(의사)을 가진 부모 밑에서 자라 자칫 편협해질 수 있는 시야를 넓혀주고 싶었기 때문. 성진군이 초등생 땐 되도록 출장지에 동행했고 가족여행도 자주 다녔다. 성진군은 “당시 경험 덕에 ‘사람이 살아가는 방식은 (공부 말고도) 다양하다’는 생각을 갖게 돼 성적 스트레스를 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선영 맛있는공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