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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대학교에서 교육 봉사를 여러 군데 가게 되어 몇 년만에 공부수기를 작성했다가 이곳에도 도움이 될 것 같아 올립니다.ㅋ

비록 몇 년전 수능이긴 하지만 공통된 부분이 있기에 이 글을 읽은 수험생은 필히 도움이 되리라 믿습니다.

자유롭게 배포해도 좋아요. copy left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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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고등학생 여러분^^ 수의대 4학년에 재학중인 장규연이라 합니다.
미천한 내공으로 공부에 대한 수기를 쓰게 되어 부끄럽지만, 여러분에게 소개하게 된 꿈을 이룬 공부 선배 중 한 명으로서 한 가지 질문을 해봐도 될까요? 간단한 겁니다. 서울대에 붙은 학생은 어떠한 사람일 거라 생각하시나요. 저는 여러분 나이 때 막연히 저와 다른 성장배경을 가진 사람이거나 어쩌면 태어날 때부터 비범한 암기력을 가진 사람 또는 엄친아, 공부의 신, 전교1등 타이틀의 학생들일 거라 생각했는데 여러분도 그러한가요? 맞는 말일 수 있지만, 합격자 유형을 모두 열거한 것도 아닙니다. 의외시겠지만 저 열거한 모두가 저에겐 해당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말은 즉, 저도 학교 성적 때문에 많은 고민을 하였고, 놀고 싶은 유혹에도 빠져있었던 평범한 학생이었습니다. 지금 모의고사 점수가 낮거나 이해력이 느리거나 암기가 뛰어나지 않거나 환경이 나쁘다 하여도 그런 것은 괜찮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아니더라도 공부벌레, 전교수석, 엄친아 등 그런 것들은 노력을 갖추면 언젠가 저절로 따라오는 결과적인 것일 뿐입니다.
지금 자신이 지극히 평범하여도 입시 성공이 가능한 것은 수능성적 향상의 본질은 단기적인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것에 있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은 한 명 한 명 모두가 지금보다 엄청 크게 변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태어났습니다. 그러니 아직 열매도 맺지 않은 지금 시점만 보고 절대로 자신을 섣불리 평가하거나 자신에 대한 한계를 규정하면 안됩니다.
덧붙여, 제가 지금까지 대학 생활을 수년간 하면서 다양한 일에도 손을 대보았지만 수능만큼 노력에 정직하게 결과를 보여주는 것은 없었습니다. 저 외에도 고3 11월까지 점수가 눈에 띄지 않던 친구가 수능 때 언,수,외 만점을 받은 것을 곁에서 보기도 하였습니다. 저는 바로 여기서 여러분에게 수능공부는 평범하던 사람도 노력하면 된다는 것을 알려주려 합니다. (여담이지만 지금 제 동생도 지금 수능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서로 바쁘기도 하고 사이도 별로 가깝지 않지만 어느 날 동생도 이 글이 힘이 될 것이라 생각하며 글을 씁니다.) 그럼 지금부터 제가 학창시절 때 느꼈던 학창시절 이야기와 같이 공부 수기를 전해드리려 합니다. 당시 고등학교란 저의 세상의 전부라 느낀 회상들도 들어갈지 모르니 잘 걸러서 읽어주세요. 

제가 생각하기에 머리나 환경이 딱히 좋을 것 없다는 전제에서 입시를 성공하기 위해 반드시 갖춰야 할 기초소양은 바로 ‘집중할 줄 아는 것’과 ‘오기와 근성’이라 생각합니다.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저의 경우 ‘목표가 명확’했다는 것까지 이렇게 세 가지가 바로 제가 갖고 있던 전부입니다. 집중을 할 줄 아는 것은 신체 건강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가능하고, 근성은 오기를 부리다 보면 점점 더 생기는 성질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교실 뒤에서 저와 친구들이 ‘엎드려뻗쳐’ 벌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 때 시간이 지나자 친구들이 편한 자세로 있으려고 자세를 낮췄다면, 저는 더더욱 이를 악물고 꿈적하지 않기 위해 오기를 부리는 타입이었습니다. 얼굴이 붉어지고 땀도 삐질삐질났지만 점점 견딜만 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목표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고 돈벌이도 나쁘지는 않은 직업을 찾다보면 나옵니다. 저의 경우는 아홉 살에 동물에 푹 빠졌던 경험 때문에 오직 수의대만 고집하였습니다.
이제 고등학생이 된 이야기를 시작하겠습니다. 저는 중학생 때 게임에 빠져 반10~20등을 하다가 중3때 반1등 여학생을 동경하여 닮으려 하다보니 반3등을 하게 됐는데 그것이 고교 입학 전 유일한 스펙이었습니다. 그러고서 고등학교에 진학하였습니다. 평준화 지역의 남녀공학인 공립 인문계 학교에 뺑뺑이로 진학을 하였습니다. 생각보다 멀리 있는 학교로 보내졌는데 낯선 친구들 속에서 저는 ‘내가 제일 잘났다’는 허영심에 빠져 대부분의 시간을 게임, 무협지, 만화책을 읽는 것으로 허송세월 보냈습니다. 

그렇게 고1 학기 초를 보내던 즈음 기억나는 한 가지 사건이 있었습니다. 첫 고등학교 생활이 시작된 3월, 1층의 한 복도에서 남녀 몇 명이 웃으면서 이야기를 하며 몰려나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때 저의 옆에 있던 한 친구가 저에게 말하길, 저기 무리 중에 키 작고 조금 까맣고 안경을 쓴 남자가 남자 입학생 중에 수석이고, 같이 농담하고 있는 하얗고 키가 조금 큰 여자는 중학교 내신이 거의 만점으로 입학생 전체 수석이라며 조금 격양되어 얘기해주었습니다.
와, 저는 이 얘기를 듣고 새삼 놀랐습니다. 비록 중학교 내신성적으로 나눈 서열이었지만, 마치 카스트제도의 브라만을 보는 것처럼 수석이라는 것에 많은 친구들이 관심을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 역시도 그 친구들이 대단해 보였고 동시에 저의 내면에 오기라는 물결도 일기 시작했습니다. ‘나도 언젠가는 저 그룹에 속해서 저들과 같이 경쟁할 수 있을까...?’혼자서 조심스레 질문을 해봤고 얼마 후 3월 첫 모의고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시험은 너무도 현실적으로 저의 위치를 알려주었습니다. 교실마다 전교50등까지 3월 전국 모의고사 등수표가 붙었습니다. 저는 그 안에 없었습니다.^^; 저희 때는 원점수가 500점만점이었는데 저의 모의고사 점수는 360점(400점만점으로는 280점)에 과목 등급은 3등급이 가장 높은 것이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얼마 후 중간고사를 치르게 되었는데 저의 점수는 전교생 갑남을녀 모두가 받는 그런 흔한 점수였습니다. 제 안에 있던 자만심과 허영심은 산산조각이 났고 현실에 눈을 뜰 수 있었습니다. 그때서야 고등학생이 되면서 친구들이 얼마나 공부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새삼 깨달았고, 상대적으로 저의 학업 성취도는 얼마나 뒤처져 있었는지를 첫 시험 결과를 통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게임과 무협지는 여전히 저의 손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최소한 밑바닥에서 벗어나야겠다는 마음이 생기자 내신점수에 변화가 보였습니다. 전에는 숙제를 베껴 내거나 안 했었다면, 이제는 학교수업을 듣기 전 주요과목은 최소한 예습을 하고 수업에 들어갔습니다. 그러자 선생님이 발표를 시켜도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칙이 수업 때 먹혔습니다. 그리고 내신시험 3주전에 과목마다 3일씩 붙잡고 각각 문제집 2~3권을 풀며 암기하였습니다. 고맙게도 고1 2학기가 되자 성적향상이 있었습니다. 비록 전교등수는 묻혀서 알지도 못했지만, 반1등을 하였던 이 사건은 부모님을 기쁘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무언가 허전했습니다. 시험을 보면 며칠씩 외웠던 내용이 헷갈리기 일쑤였습니다. 즉, ‘절대적 암기량’이 부족했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고1년 2학기가 끝나갈 때까지 수능준비를 전혀 하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가장 큰 불안이었습니다.

그렇게 고1 남은 시간을 내신에 투자하며 보냈고, 겨울방학이 되었습니다.
수능준비를 안 하고 있어서 마음이 계속 허전하였던 이유 때문에 이렇게 있으면 안 되겠다 싶어서 겨울방학 첫날 도서관 문 여는 시간인 7시에 맞춰 가보았습니다. 도서관에 가서 수능 시간표대로 오전에 언어랑 수리, 점심 먹고부터 외국어와 탐구 순서로 독학을 하였습니다. 제가 공부하였던 시간은 셈을 할 것도 없이 하루 전부였습니다. 오전 7시에 와서 오후11시에 집으로 갔는데 처음부터 그렇게 열심히 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처음에 도서관에서 공부를 하다 보니 사람들이 오래도록 앉아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자 경쟁심리가 돋아서 남아있는 사람들보다 오래 버티려 근성을 발휘하다보니 매일 문을 닫는 11시에 집에 가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는 잠을 자거나 ebs강의로 하루를 마무리하였습니다.
이 때 수리영역의 중요성을 익히 들어서 수학을 가장 열심히 하였는데 당시 기억으로 제 수리영역 점수는 50점이었습니다. 여기서는 수리영역을 위주로 설명하겠습니다. 수학 문제를 풀 때 느낀 것은 단지 한 단원의 내용에 나오는 공식 한 개만 안 떠올라도, 그 문제를 푸는 것이 참 오래 걸리고 빙빙 돌게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편식 없이 모든 단원을 반복하여 풀어야 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그 때 수학의 정석이란 책을 개념서로 정하고 정독하기로 했습니다. 모르는 내용이 많았기 때문에 차분히 봐야지 라는 생각으로 1단원부터 꼼꼼히 봤습니다. ‘연습문제’로 되어있는 페이지는 수능 경향이 아니었기 때문에 풀지 않았습니다. 1단원을 보고 다음 날에 2단원을 볼 때쯤 어제 내용이 가물가물했습니다. 그래서 1단원을 몇 개만 뽑아서 다시 풀었습니다. 그러고서 2단원 진도를 나갔습니다. 그렇게 겨울방학을 마칠 때쯤 수학(당시에 10가,나),수학1,수학2의 개념을 익혔습니다.
외국어영역 독해 문제들은 한글로 번역한 것을 읽으면 누구나 문제를 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고1 겨울방학 때 수능기출단어를 암기하였습니다. 단어장을 맘에드는 아무거나 골라 사들고 집에와서 하루에 70개를 외우기로 하였습니다. 고2가 되었을 즈음에는 완주를 여러 번 할 수 있었습니다.
문법은 집에와서 ebs 인강과 같이 병행하였습니다. 구문분석에 투자를 많이 하였는데, 이렇게 하였습니다. 노트에 한 문장씩 적은 다음에 그게 어떻게 해석되는지 문장구조를 파헤쳐가면서 정리했습니다. 예를 들어, "of"가 나오면 "뒤에서 앞으로"였습니다. 즉, 무협소설 제목에서 "소드 오브 엠페러"는 "검의 황제"가 아니라 "황제의 검"이지요. 이렇게 기본적인 것부터 하나씩 문장구조를 파헤쳐서 해석하는 연습을 하다보면, 문장들이 저절로 눈에 익숙해지기 시작합니다. 특히 관계대명사절과 if절, It~That절 등을 분석해보면서 ‘아, 어떤 지문이든 문장들이 정말 배운 대로 일정한 규칙들을 따르는구나!’ 그러자 복잡하게 보이던 문장들이 제대로 독해가 되기 시작하였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바빴던 겨울방학이 지나가고 고등학교 2학년이 되었습니다. 게임이나 무협지등은 스스로 끊기로 결심하였고 결심은 수능 볼 때까지 지켰습니다. 고2 3월이 되어 첫 모의고사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개념만 반복해 돌렸는데도 고2 3월 전국 모의고사에서 수리 영역 점수가 50점에서 80점대인 2등급으로 30점이 점프한 것입니다. 외국어영역은 듣기에서 제법 틀렸기에 3등급이 나왔습니다. 완벽하진 않아도 수리, 외국어의 기초가 잡히자 모의고사 성적은 410점(400점만점으로는 320점)을 받았습니다. 교내 중위권에서 중상위권으로 올라간 저의 업그레이드에 놀라워하던 친구들을 보며 왠지 어깨에 힘도 들어갔습니다.

이 때 소소하지만 공부에 대한 감을 깨달았습니다. 집중이 흐트러지는 것을 다시 붙잡지 않으면 아무리 오래앉아 있어도 책의 페이지는 몇 시간 동안 그대로일 것이고, 근성이 없으면 11시까지 공부를 하지도 못했을 것이고, 그 와중에 좋아하는 목표가 있었기에 힘을 낼 수 있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렇게 방학 때 수학 개념을 나름 마쳤다는 안정감으로 불안이나 허전함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리고 고2부터는 본격적으로 수리영역 기출문제집으로 갈아탔습니다. 학교 야간 자습시간마다 기출문제를 풀었습니다. 하지만 점수는 뜻대로 올라가주지 않았습니다. 바로 4점 문항이 문제였습니다. 4점짜리 문제에서는 언제나 3~4개를 틀렸습니다. 시간도 부족하였고 실수라 생각되는 것들도 많았습니다. 

이때는 고1때와 달리 길이 보이지 않아 답답했습니다. ‘책으로 개념을 모두 봤고, 모르는 것도 없는데, 왜 4점 문항을 못 풀까? 내가 수학에 재능이 없는 것일까?’. 그럴 때 반 친구가 수학을 귀신같이 풀면 늘 부러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막막하게 있을 수만은 없었습니다. 저는 주력과목이 없었기 때문에 수학만이 아니라 모든 과목들이 시급하였습니다. 특히 저희 때엔 탐구영역이 4과목지정이여서 200만점이었는데, 저는 160점을 받았습니다.


어느 날, 부엌에서 저녁을 먹은 후 식탁에서 어머니랑 이야기를 하게 되었습니다. 모의고사 점수에 대한 대화를 나눴는데, 주로 저의 넋두리였습니다. 제가 모의고사 점수가 몇 점 나오면 좋겠냐고 물어보자 고민하시더니 440점(400점만점으로는 350점) 정도면 좋겠다고 말씀 주셨습니다. 그 얘기를 듣고 목표가 생겨 힘이 났습니다. 나는 나를 못 믿었는데 부모님은 나를 믿으시는구나 라고, 지금은 좀 답답하지만 불가능하기만 한 점수도 아니니까 너무 불안해하지 말고 공부를 해야겠다고 다짐하였습니다. 그 즈음부터 규칙적으로 일어나는 습관을 지키기 위해 매일 아침 7:00까지 등교를 하였습니다. 아침엔 아무도 없었기 때문에 교실문은 늘 제가 열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교실의 책상에 앉아서 30분 동안 귀에 MP3를 꽂고 ebs 고교듣기평가를 풀었습니다.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아침 햇살과 고요한 적막이 기분이 좋았습니다. 문제를 다 풀고 나서는 어려운 발음들을 반복하여 익숙해질 때까지 듣고 ‘실제 발음 소리’를 외웠습니다. 매우 서서히 변화는 왔습니다. 어느 날 5개씩 틀리던 듣기 영역은 1~2개로 줄어들었습니다. 

언어영역은 잘 받아야 3등급이었습니다. 저의 고등학교는 아침 자습시간이라고 하여 0교시가 따로 있었습니다. 0교시 자습 때는 언어영역을 공부하였습니다. 그 때 EBS 문제집은 모두 풀어본 것 같습니다. 시, 문학 영역은 EBS강의와 같이 들었던 점이 좋았습니다. 강의를 들으며 시대별로 시와 문학작품 종류를 정리하고, 시어의 함축적 의미들을 공부하였습니다. 모든 공부의 시작은 개념정립이라는 것을 수학에서 깨달았기 때문에 문제집에 나오는 외워야 하는 것은 모두 외우려 하였습니다. 개념이 정립되고 수필, 쓰기, 장문영역 등을 공부하였습니다. 언어영역은 정말 알쏭달쏭했습니다. 5개 보기에서 정답을 고를 때면 왠지 정답이 1개가 아니라 2~3개인 것 같고, 해석을 봐도 다른 보기는 왜 틀렸는지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바로 언어영역의 특징이었습니다. 분명히 이것이 객관적인 문제라면 그 기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였습니다. 문제를 풀고 나면 항상 신문처럼 정답해설을 정독하였는데, 그 과정을 통해 문제의 ‘의중’을 따져보았습니다. 그것으로 언어영역 문제들의 출제의도 느낌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갖추어지고 나서는 문제에다가 질문을 던지며 풀었습니다. 답을 고르고 나서 허점을 찾는 연습을 하였습니다. 정답 같은 보기가 여럿 나와도 정답이 아닐 수 없다고 생각되는 것만 찍었습니다. 이 때 언어영역에 대한 깨달음이 있었는데, 이 언어라는 과목은 주관적 생각이 아닌,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보편적인 생각을 기를 수 있도록 연습시키는 과목같다는 느낌을 가졌습니다.
언어영역은 시간만 충분하면 헷갈리는 것을 제외하고 모두 풀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빨리 읽는 연습을 해보기 시작하였는데, 신기하게도 이것은 금방 해결되었습니다. 중3부터 고1까지 무협, 판타지 소설을 읽었던 것이 도움이 컸습니다. 1년간 150여권을 읽었는데 글을 흡수하는 능력이 거기에서 단련되었던 것입니다. 문장의 왼쪽부분과 오른쪽부분 의미 덩어리를 향해 시선을 찍으면서 읽어 내리면, 시선을 문장마다 드래그하며 읽는 것보다 속도가 몇 배는 빨라졌습니다. 절대로 한 글자 한글자 부드럽게 이어 읽지 마시고, 의미 덩어리만 끊어 읽는 연습을 하셔야 합니다. 언어는 의도치 않았지만 무협소설을 읽은 덕분에 어떤 과목보다 가장 먼저 1등급을 안겨주었습니다. 

고2 여름방학이 지나 가을이 되자 이때쯤 수리는 계속 80점에 머물렀고, 외국어는 듣기를 꾸준히 공략한 후로 80점에서 90점 초반으로 올랐고, 언어가 효자과목으로 70점대에서 90점대로 처음 오르면서 언수외 1,2,2등급으로 약 30점 원점수 도약을 가져 440점(400점만점으로는 350점)을 받았습니다. 그래도 아직 점수가 불안정하였습니다. 모의고사를 출제하는 기관마다 언어의 경향이 다른 것 때문인지 점수도 종종 내려가고, 외국어 영역도 난이도에 따라 기복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수리영역은 2등급에서 점수가 더 올라갈 기미를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렇게 410점~440점(400점만점으로는 320~350점) 사이를 몇십점씩 오르락 거리고 있었고, 어느 새 계절은 바뀌어 두 번째 겨울 방학이 되었습니다. 고1 때와 마찬가지로 아침마다 도서관을 다녔습니다. 수리영역은 심화과정이 추가되어 미적분을 공부했습니다. 수학은 저에게 영원한 과제였기 때문에 고1과정도 다시 보기로 결심하였습니다. 고1 공통수학과정은 수능 범위가 아니라고는 하여도 기출문제에서 연계되는 문제가 많았기 때문에 반드시 다시 기억을 살리기 위해 정독하여야 했습니다. 특히 고1과정 수학은 도형 또는 삼각함수 부분이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삼각함수 단원은 벡터와 미적분을 공부하는 데에 든든한 개념이 되었습니다. 아래는 제가 실제로 수학공부를 했던 방법입니다.

1. 개념과 용어의 정의를 정확히 이해한다.
2. 문제가 요구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는 훈련을 많이 한다.
3. 한번 풀어본 문제를 반복해서 다시 풀어본다.
4. 주어진 문항번호 앞에 잘해결했을 때는 0표, 조금이라도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있으면 ^표,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표를 하여 다음에 다시 반복하여 문제를 해결할 때 참고하여 문제를 풀어본다.
5. 문제를 푼 후 바로 풀이과정과 정답을 확인하여 자신이 해결한 방법이 맞는 방법인지 차이점이 어디가 있는 지를 확인한다.
6. 유사한 문제를 다양하게 많이 풀어본다.
7. 매일 반복하여 수학 문제를 풀어본다.
8. 한권의 책으로 여러 번 반복하여 책속에 들어있는 내용을 암기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이 풀어본다. 15번 정도. (반복하여 푸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문항 앞에 0표가 되어있는 문항은 눈으로 풀이를 하고, ^표나 +표시가 되어있는 문항만 반복하여 풀어봅니다. 또 푼 후에 문항 앞에 4번과 같은 요령으로 문항 앞에 표시하여 차후 공부에 도움이 되도록 합니다.)
9.오답노트를 작성하여 활용한다.
10. 하루에 2시간이상씩 수학 자습에 투자한다.

외국어영역은 시험을 치르면 시간이 부족하였습니다. 그래서 독해스킬을 익히며 시간을 단축하는 법을 익혔습니다. 특히 주제찾기, 내용일치, 제목찾기, 장문독해 문제를 빠르게 푸는 연습을 통해 전반적인 외국어영역의 시간을 단축시킬 수 있었고 단어와 숙어는 수능 보는 당일까지 반복하여 돌려봤습니다. 특히 명사와 전치사와 합쳐지는 숙어, 관용어구, 동사와 전치사가 합쳐져 새로운 의미가 파생되는 이어동사 등을 암기하였습니다. 문법은 책이 너덜너덜 하도록 반복하여 보았습니다. 문법은 처음에만 어려웠지 출제되는 범위가 몇 가지로 한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인터넷강의와 문제집들로 개념을 잡아놓은 후로는 절대 틀리지 않는 영역이 되었습니다. 외국어 모의고사 문제집을 풀면서 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따로 단어장에 추가하여 같이 외우곤 하였습니다. 한 번에 잘 안 외워졌지만 잊었을 때마다 근성을 갖고 늘 다시 보니 반복으로 결국 못 외울 것은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탐구영역은 내신으로 어느 정도 개념이 다져졌다고 생각하여 일단은 문제를 많이 풀어보려 하였습니다. 10개년 수능, 모의고사 기출 문제집과 EBS문제와 시중의 N제 문제집들을 풀었습니다.


시간은 생각보다 빨랐습니다. 어느 새 봄이 되어 저는 고3이 되었습니다. 신기한 운명이게도, 2년 전 제가 고등학교에 들어왔을 때 복도에서 마주쳤던 그 웃음소리 큰 남자 수석생 친구가 저와 같은 반이 되었습니다. 참고로 그 때 복도에서 웃음 큰 친구 옆에 있던 입학전체수석 여학생은 고2쯤부터 여러 고민이 많았는지 등수가 내려갔다가 오르지 않고 있다는 소문만 들은 기억이 납니다. 처음 이 친구들을 복도에서 보았을 때 던졌던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런 친구들과 내가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을까’라고. 2년이란 시간은 우리들에게 많은 변화를 주었습니다. 저와 모르는 사이였어도 저에 대한 얘기를 들었다며 다가오는 친구들이 나타났습니다. 그리고 고1때의 전교 순위는 뒤집혀서 새로운 사람들로 작성됐으며 그 동안 많은 친구들이 고3 봄이 되자 하나둘씩 실력을 드러내기 시작하였습니다.
그러한 것을 보며 무언가 느꼈습니다. 아! 엄친아 또는 공부의 신이란 별명들은 처음부터 누군가에게 주어졌던 자리가 아닌 이 순간부터 우리들이 노력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고, 나보다 앞서 있는 많은 학생들은 비상한 천재가 아니라 더욱 인고의 시간을 견뎌왔던 것이고, 그렇다고 완벽하기만 한 것도 아닌 나름의 고민을 안고 방황도 하는, 모두와 같은 사람이라고.

고3 생활이 시작되자 언어, 외국어영역은 문제풀이 연습으로 자습시간을 보냈습니다. 시중의 문제집 중에서 특작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수리영역도 마찬가지로 특작 모의고사와 특작 문제집은 난이도가 높았는데 이 문제들을 위주로 연습을 하였습니다.
3월 첫 모의고사에서는 440점대(400점만점으로는 350점)가 나왔습니다. 이상하게도 방학동안의 탐구영역 기출문제를 풀었던 것은 저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습니다. 당시 이과에서 470~460점대(400점만점으로는 370~380점) 친구들이 전교등수를 꿰차고 있었는데 신기하게도 그 친구들은 망했다며 기복이 있어도 최소한 450점(400점만점으로는 360점)을 넘기는 친구들이었습니다. 다들 공통점은 수리영역이 주력과목이었고 과학탐구영역이 탄탄하게 뒷받침되어 있었습니다. 그 중에 어떤 아이는 탐구영역에서 200점 만점(제가 수능 칠 당시에는 탐구 4과목선택으로 200점만점이었습니다.)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저도 이제까지 제대로 공부를 하지 못했던 과학탐구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였습니다. 저는 주요한 언,수,외 과목이 가장 시급하였기 때문인데, 지금은 어느 정도 여유가 생겼기 때문에 탐구영역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을 하여야 했습니다. 과탐영역 160~170점(200점만점일때)에서 점수를 30~40점을 올릴 수 있다면 한 단계 더 도약이 가능할 것임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탐구영역은 저에게는 마지막 남은, 판도라의 상자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과학탐구영역을 잘 할까 싶었는데 그러다 내린 결론이 지금까지 내신공부를 통해 배운 내용도 있었지만 머리를 모두 비우고 책을 처음부터 정독하자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단 탐구영역의 과목별로 시중에서 가장 설명이 자세하고 두꺼운 개념서를 구입하여 첫 장부터 읽되 시험공부에 쓸 데 없어 보일지라도 꼭 같이 읽어갔습니다. 그 책은 숨마쿰라우데였는데 문제풀이보다는 개념설명을 목적으로 만들어졌던, 한 권당 600~700페이지 분량의 개념서였습니다. 제가 수능치던 시기에는 탐구 4과목 지정이므로 물1,화1,생1,생2를 모두 구입하였는데 그 때는 처음 보는 내용들이 참 많이 나오니 그것들을 모두 암기해보면 도움이 될 것이라 막연하게 생각할 뿐이었습니다.
이렇게 하였습니다. 고1 때 수학을 처음 공부할 때 했던 방법인데 오늘 시작하기로 했으면 탐구과목별로 1단원만 모두 외웁니다. 그리고 문제도 풀고 채점합니다. 그러고는 책을 덮고 다른 과목을 보았지요. 내일은 1단원부터 2단원까지 모두 외웁니다. 그리고 어제 틀린 문제도 다시 확인합니다. 셋째 날에는 1단원부터 3단원까지 모두 외웁니다. 앞 단원들은 어제 이미 외웠기에 복습을 하는 것은 생각보다 간단했습니다. 페이지가 늘어나는 것이 등차수열 놀이 같기도 하고 성취감도 있었습니다. 그렇게 20일 후에는 1단원부터 20단원을 한 번에 보게 됩니다. 그래도 빠짐없이 외운다는 결심은 꼭 지키려했습니다. 

탐구영역 4과목을 공부하다보니 다른 과목을 공부할 시간이 부족해졌습니다. 마침 학교 차원에서 고3 학생들 중 지원자가 있으면 심야 자율학습을 할 수 있도록 비어있는 교실 한 곳을 밤 11시30분까지 개방해주었습니다. 저도 지원을 하여 공부를 하였고 이번에 눈에 띄게 점수가 오른 친구들도 보였습니다. 집에 갈 때쯤 그 중 누군가가 앉아있던 저의 어깨를 톡톡 치는 것을 느끼고 뒤를 돌아보았습니다. 뒷자리에 앉아있던 얼굴만 알던 여학생이 집에 가려던 중에 캔커피를 저에게 주면서 힘내라고 격려해준 것입니다. 고맙다는 말을 시작으로 이 때 처음 말하게 되었는데, 얼굴밖에 모르던 친구가 열공하라고 커피를 주며 하는 말에 감동을 받았고 힘도 났습니다. 당시에 이 학생은 고3 때 내신, 모의고사 모두 1등이었던 학생였습니다. 서울대 갈 것 같은 소위 ‘전교1등’ 타이틀의 학생이었기 때문에, 힘내라는 말이 고마워서라도 나도 서울대에 입학해야지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갖게 되었습니다.
서울대학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하면서, 햇살이 따뜻한 4월의 일요일 낮에 어머니와 함께 차를 타고 서울대 수의과대학 건물로 답사를 갔습니다. 저희 집에서 막히지 않으면 30분 거리였습니다. 푸른 빛의 건물이 신축이라 지어진지도 몇 년 안 되었고, 현관의 벽면 전체가 통창이었기 때문에 하얀 대리석의 현관 전체로 햇살이 들어와서 넓은 건물 내부가 전부 눈이 부셨습니다. 그 당시는 아직 황우석 박사님이 수의대에 계셔서 줄기세포를 연구하시던 때였습니다. 6층으로 올라가보니 어떤 문 옆에 ‘황우석’ 교수님 연구실이라는 작은 간판이 보였습니다. 그 당시에 사진 찍었던 서울대 정문과 수의대 건물사진을 인화하여 코팅한 후에 제 방과 문제집에 도배를 하였습니다.^^; 옆 아파트에 살던 친구에게도 동기 부여하라고 서울대 정문사진을 메일로 보내주었는데, 정말 그 친구 서울대 입학했더군요.

고3 첫 학기 중간고사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그 시기에 대학들이 고교 내신 부풀리기에 문제를 제기한 후로 갑자기 학교의 내신 난이도가 크게 상승하였습니다. 상대적으로 평균평점 숫자는 다들 내려갔지만 기말고사에서 캔커피 여학생이 1등, 저는 전교 3등을 하였습니다. 왠지 그 순간 캔커피와 대등한 입장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고3 여름이 되었을 때는 처음 계획하였던 탐구영역 개념서를 여러 바퀴 돌 수 있었습니다. 탐구 과목마다 1단원부터 끝까지 정독할 때까지 각각 한 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는데 몇 달간 책을 반복하여 암기한 것으로 내용이 알게 모르게 장기 기억으로 저장되었던 것입니다. 저는 그렇게 모두 암기해 놓고서 기출 분석을 시작하니 제가 외웠던 것 중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 그리고 문제 유형, 그래프 유형 등 모든 것들이 머릿속에서 정리가 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그즈음부터 모의고사 시험지를 눈으로라도 훑으면 답이 저절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몇 달 전에는 개념에 구멍이 뚫린 것 같아 허전했는데 이제는 모든 내용이 너무 쉬웠습니다. 그 느낌을 묘사하자면, 정말로 모든 문제가 초등1년의 덧셈문제 같았습니다. 그러더니 가을이 되었을 때는 탐구영역 4과목을 모두 만점을 받게 되었습니다. 

과학탐구는 예상대로 정말 판도라의 상자였습니다. 언,수,외,과 중에 마지막 남은 과학탐구라는 희망은 고3 초에 440점(400점만점으로는 350점)이었던 제 점수를 가을이 되었을 때 470점대(400점만점으로는 370점)로 점프할 수 있게 해주었습니다. 그 때부터 ‘나도 할 수 있구나!’는 자신감으로 부풀기 시작하였습니다. ‘아, 하면 되는구나!’ 정말 기초적 깨달음으로 생겨난 자신감은 저의 고3 생활 전반적인 부분 그리고 대학생활에까지 커다란 영향을 주었습니다. 

제 기억에 이맘때쯤 고3 담임선생님들은 학생들과 2학기 수시 상담을 합니다. 저는 내신이 좋은 편은 아니기도 했고, 10년 이상 품고 있었던 수의대라는 꿈은 꼭 이루어야만 했기에 다른 학과에는 수시를 쓰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수의대를 향한 정시 모집 전형에만 올인 하였습니다. 반면 교내의 많은 학생들은 2학기 수시로 인해 술렁이고 있었습니다. 그 때 저에게 캔커피를 주었던 여학생이 서울대 지역균형 수시를 놓고 담임과 얘기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학생이 교실로 돌아가는 모습에서 우는 것을 봤습니다. 순간 놀랬지만 상황이 이해되었습니다. 서울대를 수시, 정시 합하여 몇 명만 보내는 공립학교인지라 학생 본인 희망보다는 더욱 안전한 학과에 원서를 넣도록 학생을 설득하려 했나 봅니다. 캔커피가 안쓰러워서 매점에서 초콜렛을 하나 사다 건네 줬습니다. 발렌타인도 아니었지만 오해할까싶어, 초콜렛 먹으면 기분 좋아지니까 먹고 힘내라는 말을 전해줬습니다. 그 여학생은 의사가 되기를 희망했습니다. 그렇게 초콜렛 계기도 있고, 친구지만 본받고 싶은 마음도 있었기에 캔커피와는 이성중에서 유일하게 가깝게 지냈습니다. 

저의 긴장감이 떨어졌던 탓인지 모의고사 점수는 이후로 기복을 보였습니다. 수능까지 얼마 안 남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시간을 거의 수리영역을 2등급에서 1등급으로 올라가기 위한 노력으로 특히 기출 분석에 시간을 많이 썼습니다. 그렇게 8개년 기출 분석을 완성하고, 제한 시간을 정해서 문제를 풀기 시작하였습니다. 틀리면 1. 내가 왜 틀렸나? 2. 실수 한 것은 없었는가? 3. 안 틀리려면? 이렇게 3가지를 항상 문제 옆에 기입했습니다. 그리고 만점마무리 문제집도 분석을 끝냈습니다. 공부하면서 모의고사에 있는 문제 중 실제 기출과 연관이 있는 문제들을 스스로 편집해서 정리도 해보았습니다. 그렇게 일종의 파일을 만들었는데 실제 기출과의 연동을 알기 위해서 수능 1주일 직전에는 그것만 보았습니다. 그러다보니 결론이 도출되었습니다. 아, 수능은 반복되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깨달았는데, 어째서 기출 분석을 하는 것인가? 흐름이 보였습니다. 

그러고서 9월 모의평가를 치르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수리영역은 주관식 문항에서 틀리고 말았습니다. 그래프 문제도 난해했습니다. 시간도 넉넉지 않았습니다. 수학을 잘하는 친구들이 어려웠던 수리영역에서 엄청 올라간 표준점수를 보고 좋아하는 것을 보면 내심 서러웠습니다. 이때 나는 ‘수리영역이 안 되는 걸까’라는 불안과 예민한 마음으로 조급해졌습니다. 9월 모의평가 성적표가 학교로 배송된 날 저는 참담한 심정이었고, 캔커피 학생의 교실에 들렀다가 성적표를 보게 되었습니다. 괜히 보았다는 생각이 들만큼 그 친구의 점수는 모든 영역의 백분위가 100%로 완벽한 성적표였습니다.
친구들과 저를 비교하자 저의 좁았던 마음에서는 심적 동요가 생기며 좌절감도 들었습니다. 그 때문에 그 날부터 한 가지 각오를 하였습니다. 오로지 자신에게만 집중하기 위해 주변 관심을 껐습니다. 식당에서 의미없는 수다를 떨지 않기 위해 매점에서 빵을 사서 혼자 먹었습니다. 또 심적으로 지친상태에서 이성과 가까이 지내면 쓸데없는 고민으로 시간을 보낼 것 같아서 일방적으로 캔커피도 저의 시야에서 지웠습니다. 그냥, 집중을 깨트리는 외부적인 모든 요소들을 차단하는 벽을 마음 속에 만들어 그 안에 저를 깊이 가뒀습니다. 그 때부터 밀려오는 외로움을 공부에 대한 집중으로 잊으며 싸웠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자습 후에 거울을 보니 눈의 모세혈관이 터져서 빨개져 있었습니다. 실제로 피눈물이 날 수도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놀라는 친구를 뒤로하고 화장실에서 세수를 하며 머리를 식혔습니다. 고3 생활이 너무 답답하여 선생님께 옥상을 개방해 달라고 부탁하고, 저녁시간엔 옥상에 올라가 크게 소리를 지르며 답답하였던 마음을 풀기도 했습니다. 

어느 순간 수리영역의 문제 풀이 속도도 남들보다 빨라진 것 같다고 생각이 되었을 때 모의고사 모음집을 펼쳐서 여러 회를 한 번에 몰아서 풀었습니다. 그 때는 문제마다 시간을 정하지 않고 풀었는데 최대한 빠르게 푸는 연습을 하는 것이었으므로 굳이 시간을 잴 필요는 없었습니다. 전국 모의고사를 치를 때는 1회만 풀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분량이 적게 느껴져서 실전에 큰 자신감이 생겼고, 시간에 대한 겁도 사라졌습니다. 기출분석의 힘을 깨닫고, 다시 한 번 6월 9월 평가원 기출을 분석하면서 특작을 함께 공부했습니다. 수학은 굉장히 어렵게 나오는 추세고, 그래프 해석이 굉장히 중요하므로 모든 함수의 그래프를 다 한 번에 그릴 수 있을 때까지 계속해서 그래프 연습을 했습니다. 상대적으로 쉬워진 경우의 수와 확률통계는 비중을 줄였고 공간도형과 벡터를 달고 살았습니다. 그러면서 수리영역 1등급을 받기 시작하였고 그 때부터 시간을 아끼기 위해 저녁을 먹지 않았습니다.

그 때쯤 학교에 소문이 돌면서 술렁이고 있었습니다. 같은 반 친구가 말해주었는데 우리학교에서 서울대 수시 지역균형에 지원했던 학생들이 1단계에 붙었다는 소문이었습니다. 전교 1, 2등을 하던 두 여학생이 같이 서울대 지역균형 1단계에 붙었다고 했습니다. 학교 정문의 현수막을 보니 캔커피가 지원한 과는 ‘화학부’였습니다. 화학부가 합격가능성이 의대보다 높기도 했고, 화학부 졸업이 의학전문대학원을 가는 데에 유리하기 때문에 지원했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축하한단 말은 전하지 못했습니다. 한 동안 피해 다녀서 관계는 이미 끊겼고, 수능이 얼마 안 남지 않았는데 이제와서 이런 일로 동요되고 싶지 않아서였습니다. 

10월 전국모의고사 수리영역에서 3점짜리와 2점짜리 두 개를 틀려 95점을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실수를 줄이는 연습을 따로 했습니다. 암산으로 두 자리 수를 곱하다보면 꼭 실수가 나왔습니다. 그 후로 문제 밑 여백에 일의 자리 곱셈마저 식과 같이 모두 지면에 써가며 문제를 풀었고, 암산은 가급적 안하였습니다. 그 이유는 항상 다 풀고 나서 보기를 보면 꼭 ‘보기에 답이 없네?’라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처음부터 풀 필요도 없이 계산과정을 모두 기록해 놓았기에 즉각 고칠 수 있었습니다. 고3 가을동안 남은 시간은 적분파트와 벡터를 중심으로 공부했습니다. 그리고 스스로 수능 수리영역의 모든 개념을 A4용지에 책을 보지 않고 정리해보았습니다. 모든 문제유형도 다 생각해내서 정리하다보니 어느 순간, 아, 이정도면 되었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수능이 얼마 안 남았기에 만점마무리를 달고 살며 계속 반복하여 풀었습니다. 

외국어영역 속도 연습으로 시간이 크게 단축되면서 시간이 많이 남게 되어 문제를 풀다가 고민하던 문제는 한 바퀴 돌고 돌아와서 차분히 풀 수 있었습니다. 수능특강 외국어 영역과 고득점 300제를 너덜너덜해질 때까지 공부했습니다. 모의고사 문제집은 듣기영역을 아침에 풀고, 자습시간에 지필영역을 몰아서 풀었습니다. 때로는 실제 시험처럼 듣기와 지필을 같이 풀기도 했습니다. 어느 순간부터인지 왠만해서는 외국어를 틀리는 일은 없게 되었습니다. 

탐구영역도 거의 틀리는 일이 없었고, 계속 숨마쿰라우데를 반복하여 보았습니다. 물1,생1,화1,생2를 모두 숨마쿰라우데만 보았는데, 문제집 한 권당 페이지가 600~700페이지가 넘었고 내용설명도 대학과정과 섞여 나왔기 때문에 절대 헷갈리는 내용이 없도록 수능을 치르는 날까지 모든 내용을 계속 반복 암기하였습니다. 여담으로, 이 때 공부하였던 과학탐구 지식은 대학에 가서 공부를 안 하고도 시험을 볼 수 있을 정도였습니다.


드디어! 11월 수능을 보러가는 목요일이 되었습니다.
저는 마음을 진정하기 위해 그동안 수 없이 반복하였던 모의고사들 횟수를 생각하였습니다. 마치 수능도 그중의 한 개일 뿐, 점수는 나오던 대로 나올 것이라고 마인드 컨트롤을 하였습니다. 수능시험장 입실할 때 언어영역 지각을 하였던 것 빼고는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탐구영역은 4과목 모두 15분정도 시간이 남았습니다. 시험이 끝났고 건물을 나오니 교문에서 부모님이 저를 반겨주었습니다.


그 뒤로 2년이 지났을 때의 얘기를 잠깐 하면, 봄이었던 어느 날에 서울대학교에서 오전수업을 마치고 중앙 도서관 터널 쪽을 걸을 때였습니다. 그 때 앞에서 오던 누군가가 검은색 캡을 깊이 눌러쓰고 제 옆을 지나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러다 스쳐지나가는 순간 저와 눈이 마주쳤는데 그 사람은 캔커피였습니다. 어색함에 멈추지 못하고 그대로 지나갔습니다. 그 뒤로 볼 수 없었는데 학창시절 저의 미숙함 때문에 친구에서 남이 되어버린 경험은 오래도록 교훈으로 제 안에 남아있게 되었습니다.


제 학창시절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여러분이 이 글을 읽고 다 잊어도 좋으나 꼭 기억하셔야 할 것은 모든 공부의 시작은 암기라는 것입니다. 완벽한 암기가 바탕이 되어야 이해가 되고 습득이 되는 것입니다. 헛된 바람 때문에 ‘개념만 대강 알면 되지 뭘 그러냐’ 라고 생각했던 제 자신을 반성하고 느꼈던 경험에서 하는 말이니 꼭 잊지 마세요. 덧붙여, 공부는 경제논리대로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결과를 내려고 하면 절대로 안 됩니다. 공부를 할 때는 과하게 노력을 부어야 최소의 결과가 나온다고 생각하셔야 합니다. 꾀를 부리거나 적당한 노력을 하신다면 몇 년간 그 점수는 머무르게 된다는 것을 명심하시고 수능이 100일 남았든 10일 남았든 아직 몇십점이라도 오를 가능성이 있는 것이니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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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말 : 공부가 절실하게 느껴지지 않아서 허송세월을 보내게 될 때
 
1. 수의사 관련된 책들을 꼭 읽어보세요! 많은 자극이 됩니다^^
 
2. 다시 이 순간으로 돌아오지 못합니다. 지금이 여러분의 마지막 학창시절예요.
이 시기를 놓치면 흔히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후회하는 어른이 될지도 몰라요.
그런 생각이 들면 이 순간이 좀더 절실해지지 않을까요?  
 
3. 이것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
수의대 건물, 선배들, 교수님을 직접 보는 것도 좋은 자극제가 될 거에요. 매년 7~8월에 서울대 수의대에서 고등학생을 대상으로 '고교수의학아카데미'라는 것을 주최하는데 50명 정도의 고등학생을 선발해서 선배들과 함께 2일동안 체험하는 것입니다. 학교에서 무엇을 배우는지, 수의사는 어떤 일을 하는지 등등~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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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컴퓨터로 인쇄하셔서 천천히 두고 읽어보세요.
확실히 여러분에게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시 한 번,
고등학생 여러분에게 제 경험담이 희망이 될 거라 생각합니다.^^ 힘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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