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증권 퀀트인 허태일 씨(34)도 카이스트 입자물리학 박사 출신이다. 허씨 또한 입자물리학이 금융 분야에 그대로 적용된다는 것을 알게 된 뒤 금융계로 진출했다. 그는 "입자물리학에서 쓰이는 컴퓨터 활용 능력과 물리학 지식은 파생상품을 설계하는 데 필요한 능력과 거의 일치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물리학 전공자의 금융ㆍ증권계 진출이 활발하다. 그간 주로 수학, 통계학, 경영학 전공자들의 무대였지만 최근 물리학 전공자들도 속속 합류하고 있다.
현재 증권사에서 일하는 물리학 전공자는 40여 명. 은행ㆍ보험사까지 포함하면 그 숫자는 훨씬 늘어난다. 금융ㆍ증권업계 전체로는 여전히 미미한 숫자지만 물리학 전공자의 진출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물리학도들의 금융ㆍ증권계 진출이 늘고 있는 것은 파생상품 분야가 물리학을 배경으로 수학적 지식을 중심 축으로 활용하고 있어서다.
물리학은 이미 1970년대부터 금융의 주요 도구로 활용돼 왔다. 당시 금융시장에 새로운 금융상품인 '파생금융상품(Derivatives)'이 개발되면서부터다. 1974년 미국의 피셔 블랙과 마이런 숄스 박사는 위험 없이 수익을 이자율 이상으로 올릴 수 없다는 전제로 '블랙-숄스 옵션공식'을 정립했는데 이는 물리학의 열확산 방정식과 매우 흡사했다. 열확산 방정식은 19세기부터 물리학자들이 기술했던 대표적인 이론 공식 중 하나다. 이미 한 세기 이전에 물리학자들이 세워놓은 방정식이 금융 분야에서도 활용된 것이다.
이 밖에 카오스 이론, 브라운 방정식 등 물리학 이론들도 금융계에서 쓰이고 있다. 이 때문에 경제학, 경영학, 심지어 수학을 전공한 인재보다 물리학 출신들이 금융 분야에 쓰이는 수식들을 해석하고 미래를 예측하는 데 더 용이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또한 주가 동향이나 환율, 금리, 무역량 등 경제지표를 나타내는 지수들 또한 정량화돼 있다는 점은 금융권에서 물리학 출신이 실력을 발휘할 수 있는 동인이 됐다.
이원종 서울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는 "미국이나 유럽은 물리학을 전공한 사람이 꼭 물리학만 해야 된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지 않다"며 "물리학과 출신은 현상을 수식화하는 데 익숙하기 때문에 금융 분야에서 폭넓게 일할 수 있다"고 했다.
출처: http://media.daum.net/v/201303131707245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