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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문대 수시합격자들의 ‘합격 秘技’ 전격공개

진학관련 조회 수 3444 추천 수 0 2008.09.15 22:26:13


“내신 4등급… 생물 ‘한우물’로 올림피아드 금상” 손준호·포항공대 생명과학과


서울 인창고 3학년 손준호 군은 2008학년도 대학 입시에서 포항공대와 카이스트 수시전형에 동시 합격하는 쾌거를 이뤘다. 손군은 포항공대에 진학하기로 결정하고, 부족한 화학 공부를 보충하고 있다.

손군은 1학년 때만 해도 내신 1, 2등급을 유지했지만, 2학년 땐 3등급, 3학년 땐 4등급까지 떨어졌다. 그럼에도 포항공대와 카이스트에 동시 합격할 수 있었던 건 그야말로 길을 다양하게 열어놓은 ‘수시’ 전형 덕분이다. 수시엔 ‘일정 자격’을 갖추면 내신이나 수능 성적에 상관없이 합격 가능한 대학이 적지 않다.

손군의 무기는 2학년 때 따놓은 한국생물올림피아드 금상이었다. 2008학년도 입시에서 서울대, 카이스트, 연세대, 성균관대 등이 국제 올림피아드 참가자 및 수상자, 한국 수학·물리·화학·생물·정보올림피아드 입상자만 지원 가능하거나 우대하는 전형을 내놓았다.

손군이 올림피아드를 준비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었다.

“성적이 비슷한 선배 두 명이 있었는데, 한 명은 서울대 수시에 합격하고, 다른 한명은 연세대 수시에 조건부 합격했다가 수능 점수가 안 나와 떨어졌어요. 서울대에 합격한 선배는 천문 올림피아드에서 금상을 받은 적이 있어요. 고등학교 1학년 때 고3 선배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걸 보고 저도 일찌감치 준비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선배들의 전례는 두 가지 깨달음을 줬다. 하나는 로또복권 같은 수능에 불안하게 매달리지 않으려면 수시에서 조건부가 아닌 확실한 승부를 봐야 한다는 것. 다른 하나는 올림피아드에서 (3위 이내로) 입상하면 승부를 유리하게 끌고 갈 수 있다는 점이다. 나름대로 공부를 열심히 하는데도 만족할 만큼 내신 성적이 안 나오는 답답한 상황도 올림피아드 대비에 전념하도록 부추겼다.

올림피아드 중에서도 생물올림피아드를 준비한 건 중학교 시절, 아는 형이 곤충을 채집하러 갈 때마다 졸졸 쫓아다녔을 정도로 생물 분야에 관심이 많고 좋아했기 때문이다. 대학에서 쓰는 ‘일반생물학’ 교재를 구해 보고, 학원에 다니며 기출문제도 풀었다. 생물올림피아드는 2학년까지만 출전 가능해 사실상 시간이 별로 없었다.

“자기에게 맞는 문을 찾아라”

“중학교 때부터 준비하는 친구도 많은데 전 고등학교 2학년이 돼서야 본격적으로 준비를 시작했기 때문에 열심히 하지 않을 수 없었어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여름방학 동안 오로지 생물만 파고들었어요. 하루 10시간 이상 생물 공부만 했으니까요. 지금 생각해도 그때만큼 열심히 공부한 적이 없어요.”

대학 ‘일반생물학’ 책은 통째로 머릿속에 넣었다. 전반부는 이해하면 되는 내용이라 별 부담이 없지만, 후반부는 생리, 호르몬, 작용 등 암기해야 할 것 태반이었다. 그런데도 생물 과목이 그나마 나은 편이라고 한다. 물리나 화학은 대학 교재만 해도 한 권이 아니란다. 손군은 좋아서 생물을 선택했지만 결과적으로 수월한 길을 간 셈이 됐다.

2학년 2학기에 올림피아드에서 금상을 수상함으로써 대입 합격 전략의 한 단계가 완성되자 3학년 때는 심층면접 준비에 전력을 쏟았다. 논술과 심층면접(구술)을 동시에 준비하는 게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논술은 단기간에 실력을 키우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 서울대(자연계), 포항공대, 카이스트에서 논술 대신 구술고사만 본다는 사실을 파악하고는 더 고민할 게 없었다.

카이스트의 경우 올해 입시부터 인성면접을 강화했지만, 포항공대는 수학을 지정과목으로 하고, 물리 화학 생물 중 하나를 선택과목으로 해서 총 두 과목에 대해 면접구술고사를 치렀다. 제시된 여러 문제를 정해진 시간 안에 풀고 면접관 앞에서 설명하는 방식이다. 손군은 기출문제를 살펴보고 나서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1, 2분 안에 계산을 끝내 정답을 골라내야 하는 수능 수리영역엔 형편없이 약해도, 개념을 정확하게 이해한 다음 풀이과정을 꼼꼼하게 정리하는 데는 자신 있었던 것.

“‘수학의 정석’을 처음부터 끝까지 샅샅이 풀었어요. ‘정석’의 연습문제 난이도가 높은 편인데, 구술고사 문제는 그보다 더 어렵기 때문에 한 문제를 풀더라도 왜 그렇게 되는지를 곰곰이 생각하면서 풀었어요. 수학 교과서 각 장 마지막에 나오는 심화문제도 도움이 됐고, 대학 수학 교재도 참고했죠.”

손군은 무작정 성적을 올려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려면 “가능한 한 빨리 자기에게 맞는 문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목표를 잡고, 그 목표에 이르는 여러 문 중 자신의 공부 성향을 감안해서 가장 확률이 높은 문을 골라낸 다음 거기에 맞게 나를 깎는 작업이 필요해요. 오랫동안 수시에 자신을 단련시킨 사람과, 그냥 한번 운을 바라고 지원한 사람의 결과는 다를 수밖에 없으니까요.”

손군은 포항공대에 진학해 노화와 죽음에 관한 연구를 하고 싶다고 했다.

“IBT토플 119점…확실한 영어 실력으로 승부” 이화령·연세대 사회과학계열



서울 대원외고 3학년 이화령 양은 연세대 수시 글로벌 리더 전형에 응시해 사회과학계열에 합격했다. 연세대 글로벌 리더 전형은 수능 최저학력기준 없이 학생부(40%)·서류(30%)·면접(30%)으로 선발했는데, 다음 중 한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지원 가능하다. ▲고등학교에서 외국어교과나 국제전문교과를 58단위 이상 이수 ▲서로 다른 2개 이상의 언어에 관한 공인성적(한국어 제외) 제출 ▲2과목 이상의 AP 성적표와 공인영어성적 제출. 대원외고에서 중국어를 전공한 이양은 첫 번째 조건을 충족했다.

이양의 합격 비결은 뛰어난 영어 실력과 리더십에 있다. IBT토플(TOEFL) 119점(120점 만점), 텝스(TEPS) 961점(990점 만점). 영어를 전공하는 대학생도 따기 어려운 점수다. 이양은 외국어고의 내신 불리와 수능에 대한 불안감을 확실한 영어 실력으로 극복하고자 노력했다고 말한다.

이양은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중학교 1학년 때까지 인도네시아 국제학교에 다녔다. 그러나 국제학교에 다닌다고 영어가 저절로 늘 리 없다. 이양은 어릴 때부터 영어책을 많이 읽었다. 영어공부를 위해 책을 읽은 게 아니라, 책을 읽으려고 영어 공부를 했을 정도로 독서를 즐겼다고. 그렇게 영어의 기초를 다졌다고 해도 학문적 영어 실력을 확인하는 토플이나 텝스 고득점은 또 다른 얘기다. 이양은 중학교 때 외고 입시를 위해 토플 준비를 했던 게 실력으로 쌓여 고2 겨울방학에 바짝 ‘준비운동’을 하고 본 시험에서 높은 점수를 딸 수 있었다. 그러나 한때 영어 환경에서 생활한 이양도 IBT토플 말하기 영역에서 적잖이 당황했다고 한다.

“글로벌전형, 외국 경험 없어도 도전해볼 만”

“예상문제와 모범답안을 몇 개 외우기도 했는데, 막상 질문을 받았을 땐 암기한 내용이 떠오르지 않아 반사적으로 대답했어요. 더듬기도 하고 말이 꼬이기도 했는데 그럼에도 반사적으로 대답이 나갔던 게 오히려 좋은 점수를 받은 것 같아요. 많이 연습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죠. 에세이도 마찬가지예요. 185개 주제를 다 섭렵하려 하지 말고, 그중 몇 개를 골라 충분히 연습한 다음 그걸 다른 주제에 응용하는 법을 터득하는 게 왕도예요. 생각하는 법, 생각을 정리하는 법을 그렇게 연습하면 어떤 주제가 나와도 당황하지 않을 수 있지요.”

이양은 AP(대학학점 선이수) 강좌도 수강했다. 고교 졸업과 동시에 미국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이 늘면서 국내에도 AP 수강이 낯설지 않은 얘기가 됐다. 미국의 대부분 대학이 AP를 수강하면 가점을 주는데, 최근 국내 대학들도 AP 강좌를 개설하거나 외국 대학 AP 수강 성적을 전형요소로 반영한다.

이양은 ‘English Language and Composition’과 ‘English Literature and Composition’을 수강했다. 다양한 유형의 글을 읽고 쓸 수 있도록 폭넓은 어휘, 다양한 문장, 논리적 구성, 구체적인 내용의 균형 등을 공부하는 과목들이다. 이양은 “학점을 잘 받은 건 아니지만, 영어가 강점임을 드러내는 덴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실제 미국에서도 AP는 공부에 대한 열의를 확인하는 지표로 활용된다고 알려져 있다. 고교 재학 중에 대학 강의를 들으려고 노력한 점을 높이 평가하고, 그만한 수준으로 성숙했다고 인정하는 것. 그렇다고 AP 수강에 반드시 뛰어난 영어 실력이 전제돼야 하는 건 아니다.

“영어를 잘해야만 AP를 수강할 수 있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얼마나 관심을 갖고 노력을 기울이느냐에 달렸죠. 실제로 많은 친구가 영어를 썩 잘하지 않아도 되는 통계나 미적분, 물리, 미시경제, 거시경제 등을 선택해요. 특히 미적분은 용어만 영어로 숙지해도 문제를 푸는 데 무리가 없어요.”

이화령 양은 ‘글로벌 리더’ 전형에 지원한 만큼 자기소개서에 ‘글로벌 리더’ 자질을 드러내려고 부단히 애썼다. 교내 방송반에서 아나운서로 활동하고, 2학년 때는 방송반 부장을 맡아 리더에게 필요한 소양을 기를 수 있었음을 강조한 것. 외국 학교와 교류가 잦은 대원외고에서 외국 대학 입학 설명회가 열리거나 자매학교 학생들이 방문하면 방송반이 주도적으로 행사를 진행해 무대를 만들고, 사회를 보고, 때로는 통역까지 맡아야 했던 경험들로 자기소개서를 채웠다.

‘글로벌 리더’ ‘글로벌 인재’…. 비슷한 이름의 전형이 여러 대학에 생겼다. 명칭에서 짐작되듯 외국어 실력이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그러나 ‘순수 국내파’라고 해서 지레 움츠러들 필요는 없을 듯하다.

“외국 경험이 유리할 순 있지만, 절대적인 것 같지는 않아요. 외국어에 관심이 있고 더군다나 좋아하면 외국에서 살다온 사람을 능가하는 영어 실력을 갖추더라고요. 제 친구 중에도 외국에 나가본 경험이 없는데도 팝송을 좋아해서 영어를 정말 잘하는 친구가 있어요. 영어시험도, 말하기나 쓰기 실력이 부족하면 텝스나 토익으로 방향을 틀면 되고요. 자기한테 유리한 걸 찾아서 충분한 노력을 기울이면 분명 길은 있어요.”

이양은 “내신이나 수능에 자신이 없다면, 방학을 어영부영 보내지 말고 영어든 과학이든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골라 확실하게 잘할 때까지 단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수능·내신 수학 자신 없어도 경시대회·올림피아드 입상” 정범진·카이스트



서울 보성고 3학년 정범진 군은 카이스트 수시 전형에 합격함으로써 3년 전 과학고 진학에 실패한 아쉬움을 털어냈다. 일반고에 들어간 뒤에도 과학고에 다니는 친구들 못지않게 꾸준히 실력을 키워온 보람이 있었다. 정군은 고등학교 1학년 때 한국수학올림피아드에 출전해 장려상을 받고, 고등학교 3학년 땐 동상을 수상했다. 서울시 수학경시대회에서 동상을 받고, 미국 수학경시대회에 출전해 상위 5%안에 들기도 했다.

“중학교 때 대학에서 운영하는 영재센터를 다녔어요. 1학년 땐 연세대, 2학년 땐 서울대 영재센터에 시험을 치르고 들어갔는데, 그때 교수님들로부터 수학 강의를 들으면서 수학에 흥미를 느꼈어요.”

“시 주최 경시대회 참가해보길”

그렇다고 정군의 수학성적이 월등히 뛰어났던 건 아니다. 내신 총점으로 따지면 전교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들었지만, 수학은 3등급을 받기도 했다. 수리영역 모의고사 점수도 썩 좋은 편이 아니었다. 내신 수학이나 수리영역 모두 신속한 계산능력을 요구하는데 정군은 거기에 단련이 안 됐다. 중학교 때부터 공식을 외워 계산에 적용하기보다 풀이과정을 정리하고, 증명해 보이는 방식으로 수학 공부를 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습관이 내신이나 수능엔 불리했을지 몰라도 올림피아드나 경시대회에선 유리하게 작용했다.

“수학 올림피아드의 경우 오전과 오후에 각 2시간 반 동안 4문제씩 총 8문제를 풀었어요. 범위에서 미·적분은 제외되는데, 고등학교 수학 수준을 넘어서죠. 수학적 ‘창의성’을 요구하는 문제들이라 과학 올림피아드처럼 대학교재만으로 준비가 되는 것도 아니어서 결국 학원에 다니면서 국내외 올림피아드 기출문제를 풀었어요.”

카이스트는 서남표 총장 취임 이후 신입생 선발 과정에서 인성 면접을 강화했다. 2008학년도 입시에서 집단 토론-개인면접-과제발표로 이어진 세 번의 면접을 치렀는데, 지식을 평가하기보다 인성 평가에 주안점을 둔 것 같다는 게 응시자들의 대체적인 평가다. 정군의 경우 초등학교 때부터 학생회장으로 활동한 경험을 살려 집단 토론 때 사회를 맡겠다고 자청했다. 서너 명의 교수가 지켜보는 가운데 7명의 지원자가 토론을 한 터라, 토론 운영 능력을 보여주면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

개인면접은 수학이나 과학에 관련된 구체적인 질문을 받은 학생도 있었으나, 정군의 경우 인성에 관한 질문이 대부분이라 무난히 통과했다. 마지막 과제발표는 각자 주제를 정해 5분여 동안 발표하는 방식이었는데, 정군은 발명전시회에 출품했던 작품의 원리를 설명했다.

정군은 대한민국 발명전시회에서 장려상을 받은 이력이 있다. 샤프펜슬을 쓸 때 흑심이 조금 남으면 제대로 나오지 않아 매번 일부러 빼서 버려야 하는 불편함에서 착안해 심통이 두 개인 샤프펜슬을 만들었는데 좋은 결과를 얻었다. 기존의 샤프펜슬과 동일하게 스프링으로 심을 조금씩 밀어내다가, 심이 짧아지면 스프링이 아닌 철심이 달린 통으로 교체해 심이 닳아 없어질 때까지 밀어낼 수 있도록 한 것. 보성고 교내 과학발명반 ‘사이노베이터’ 활동이 도움이 됐다.

정군의 어머니에 따르면 정군은 ‘답답할 정도로’ 모범생이다. 그런데도 전체적으로 다 잘해야 하는 수능이 부담스러워 비교과영역에 신경을 많이 썼다.

“수시를 노리기 위해선 우선 내신에 소홀해선 안 되고, 수학이나 과학 중 자신 있는 과목을 골라 심층적으로 공부해보는 게 좋아요. 올림피아드가 아니더라도 시에서 주최하는 경시대회엔 한번쯤 도전해보라고 권하고 싶고요.”

“문과 여학생 약점, 수리논술로 역공” 조영선·이화여대 인문과학부



서울 숙명여고 3학년 조영선 양은 이화여대 수시 2-1 일반전형으로 인문과학부에 합격했다. 이화여대 수시 2-1 일반전형은 학생부(50%)와 논술(50%)로 선발하고, 일부 최저학력기준을 적용했는데, 조양은 최저학력기준을 면제받아 수능시험을 안 봤다.

조양은 내신이 평균 3등급이고, 모의고사는 언어·수리·외국어가 평균 2등급이었다. 1학년과 2학년 때 학생회 간부를 맡고, ‘신문반’ 동아리 활동을 한 게 비교과활동의 전부다.

“하지만 ‘논술이 점차 변별력을 가진다’는 소리에 고3 여름방학 때 학원에 다니면서 본격적으로 논술을 준비했어요. 다른 친구들에 비하면 늦은 편이라 여름방학 내내 논술에 매달렸어요. 덕분에 글 쓰는 틀을 잡을 수 있었어요.”

조양은 자신의 합격 요인이 ‘수리 논술’에 있다고 말한다. 이화여대는 언어논술과 함께 수리논술 시험을 치르는데 수리논술 준비에 보다 무게를 둔 게 주효했다는 것.

“보통 여학생이 남학생에 비해 수리가 약하고 특히 문과인 경우 수리를 기피하는 성향까지 있어요. 저는 이점을 파고들었어요. 저 역시 수리 감각이 부족해 수리영역에서 높은 점수를 못 받지만, 기출문제로 수준을 가늠해보니 제 실력으로도 풀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또한 선생님으로부터 언어논술은 대개 점수가 비슷한데, 수리논술은 편차가 크다는 얘기를 듣고 수리논술로 담판을 지어야겠다고 생각했지요.”

방학이 끝나자 9월 중순에 있을 이화여대 논술 시험에 집중적으로 대비했다. 이화여대 기출 문제와 모의논술 문제를 풀면서 수리 논술 문제 유형이 두 가지임을 파악했다. 하나는 수능 수리영역 문제와 유사한 그야말로 수학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문자로 풀어 쓴 문제에서 수식을 도출하고, 그것을 증명해 보이는 것.

“수학 공부 좀 했다면 수리논술에 도전하라”

올해는 총 4문제가 출제됐는데, 첫 번째 유형에 해당하는 문제로는 복리식을 이용해 인구수를 구하는 문제와, 소수 A집단의 의견이 다수 B집단에 비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A집단의 찬성자 비율이 몇% 이상이어야 하는지를 묻는 문제가 출제됐다. 그리고 두 번째 유형에 해당하는 기대수명과 기대여명에 관한 문제가 나왔다. 조양은 “문제에 기대수명과 기대여명에 대한 개념이 잘 설명돼 있어 문제만 잘 읽어도 답을 작성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조양은 수학을 썩 잘하는 것도, 그렇다고 특별히 좋아하는 것도 아니다. 다만 ‘수학의 정석’에 나온 기본문제들을 정확히 해결하고 넘어가려 했다고.

“사실 ‘정석’으로 개념을 확실히 잡진 못했어요. 그랬다면 수리영역 점수가 더 잘 나왔겠지요. 다만 ‘정석’에 있는 기본문제들을 꼼꼼하게 풀어냈던 게 수리논술에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수리영역이 시간과의 싸움이라 대개는 문제를 풀 때 가장 간편한 공식과 ‘수법’을 동원해 답을 구하는데, 전 고1 때부터 정확하게 식을 써가면서 문제풀이한 게 습관이 됐어요. 정확한 증명을 요구하는 수리논술에는 오히려 그런 습관이 유리했던 것 같아요.”

조양은 자신 있게 “수리에 아주 약한 편이 아니라면 이화여대 수시 일반전형에 지원해보라”고 권한다.

“논술 시험을 마치고 나오면서 많은 학생이 ‘수리 문제 쓰다 말았어’ ‘수리 문제 하나도 못 썼어’ 하는 걸 들었어요. 그만큼 문과 여학생들이 수리에 약하다는 얘기일 텐데, 제가 보기에 대학에서 문과생에게 전문적인 수학 지식을 요구하지 않아요. 이 학생이 고등학교 때 얼마나 열심히 수학을 공부했나, 수학적 기본 개념이 잡혀 있나 평가하기 위해 수리논술을 시행하는 거죠. 따라서 평소에 수학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이라면, 언어논술만 보는 학교보다 수리논술도 보는 학교를 지원하는 것이 훨씬 유리합니다.”

또한 “이화여대 논술 문제는 문항수가 많은 대신 분량이 상대적으로 적다”며 “논술시험을 보기 전에 반드시 그 대학 기출문제를 통해 문제 유형을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년여 논술 훈련으로 언어영역 4등급 극복” 박의명·고려대 노어노문학과



서울 휘문고 3학년 박의명군은 “수시가 아니면 고려대는 꿈도 못 꿨을 것”이라고 말한다. 박군에겐 언어영역이 아킬레스건이었다. 수능에서도 결국 언어영역 4등급을 받았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고려대에 언어영역을 전혀 보지 않는 전형이 있었다. 2학기 수시 일반전형의 50%를 학생부(20%)와 논술(80%)에 수능최저학력기준 수리·외국어 1등급을 적용해 선발한 것(우선선발). 일반전형의 나머지 50%는 학생부(50%)·논술(50%)에 수능 2개 영역 2등급을 적용했다(일반선발).

언뜻 수능 점수가 확인 안 된 상황이니 ‘일반선발’ 전형에 지원하는 게 ‘안전’할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수시 합격자들을 두루 만나본바 내신 성적이 아주 뛰어나지 않은 한 그런 안이한 생각으로는 좁은 문을 통과하기 어렵다. 지원 가능 폭이 넓다는 건 곧 경쟁이 치열하다는 얘기다.

박군은 내신이 평균 2.7등급이다. 고려대 정도면, 날고 기는 내신 성적을 가진 학생들이 대거 몰릴 것을 감안해 학생부 반영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우선선발’ 전형을 선택했다. ‘우선선발’ 전형은 학생부 반영률이 낮은 대신 논술 비중이 높고, 수리와 외국어영역에서 1등급을 받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 박군은 외국어영역엔 자신 있었다. 모의고사에서 줄곧 1등급을 받았기 때문이다. 다만 3~4등급에 머물러 있는 수리가 문제였다. 그러나 6월 모의고사에서 언어영역이 4등급으로 나오자 수리를 끌어올리는 수밖에 없다고 마음을 굳혔다.

“방학 동안 수능 기출문제와 교육청·교육평가원 모의고사 기출문제를 집중적으로 풀었어요. 1000문제 정도 되는 걸 4번 반복해 풀었는데, 그때 문제 푸는 버릇을 고쳤어요. 전에는 답이 틀리면 바로 답안지에 나와 있는 풀이과정을 확인했거든요. 그러면 당장은 이해가 가는데 나중에 다시 그 문제를 만나면 못 풀잖아요. 여름방학부터는 답이 틀린 걸 확인하면 풀이과정을 보지 않고, 다른 방법으로 다시 풀었어요. 답이 나올 때까지 고민하니까 확실히 실력이 늘더라고요.”

아침마다 신문 정독

6월 모의고사에서 65점이던 수리영역 점수가 9월 모의고사 때 93점으로 올랐고, 수능에선 96점을 맞았다.

언어영역에 약하면서 논술 비중이 높은 전형을 선택한 데는 나름대로 믿는 구석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박군은 고등학교 2학년 때부터 논술학원에 다녔다. 대입에서 논술 비중이 높아진다는 얘길 듣고 다니기 시작해 고3 9월말까지 일주일에 한 번씩 글쓰기 연습을 꾸준히 해왔다. 매주 한 번씩 1500자 논술을 숙제로 하다 보니 어느 순간 글 쓰는 데 자신감이 붙었다.

“첨삭을 받았던 게 결정적이었어요. 논술 학원에서 글을 쓰면 그 자리에서 첨삭을 받고, 다시 고쳐 쓰기를 반복했거든요. 그러면서 어떤 게 좋은 글인지 정리가 됐어요. 주술관계가 어색한 문장이나 상투적인 표현을 많이 쓰고, 말을 늘어놓기만 할 뿐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점차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하는 글쓰기를 할 수 있게 됐죠.”

박군은 또 신문을 통해 정확하고 고급스러운 표현을 익히고, 여러 문제에 대한 해결책도 얻었다. 매일 아침 자습시간에 40여 분 동안 신문을 정독한 것. 공감하는 내용의 사설이나 칼럼을 스크랩하기도 했다.

박군은 이번 입시에서 고려대 외에 서강대와 성균관대 수시에도 지원했으나 고려대에만 합격했다. 고려대 수시 전형에 맞춤하게 대비한 셈이다.

“고려대 ‘우선선발’ 전형이 이번에 처음 생겼어요. 이 전형이 아니었으면 전 대학에 못 갔을 거예요. 그러고 보면 실력도 중요하지만, 입시요강을 잘 살펴서 나에게 맞는 문을 찾는 게 중요해요.”

박군을 포함한 수험생들의 경험에 따르면 취약 과목이 수능 실전에서 운 좋게 좋은 점수를 내는 경우는 드물다. 수험생들의 수능 당일 ‘체감 난이도’는 실제 난이도보다 훨씬 높다. 모의고사 등을 통해 취약과목이 파악되면 목표만큼 점수를 올릴 방도를 강구하거나, 그 과목을 포기해도 될 만한 다른 장점을 내세워야 한다. 혹시나 하고 운을 바라면 역시나 낭패를 보게 마련이다.

“해외봉사, 경시대회…재수생에게도 수시는 열려 있다” 정여진·연세대 심리학과(2007학년도)



정여진 양은 ‘재수’ 끝에 2007년 연세대 심리학과에 입학했다. 정양은 2006학년도 입시에서 수능이 얼마나 위험천만한 시험인지 뼈아프게 경험했다. 고교 시절 전교 1등을 놓치지 않았던 그가 수시에 조건부 합격했다가 수능 ‘최저학력미달’로 탈락하리라고는 아무도 예상 못했다.

“수능 보는 날, 귀신이 씌웠는지 이해할 수 없는 결과가 나왔어요.”

그러나 어쨌든 일은 벌어졌고, 종로학원에서 재수 생활을 시작했다. 여느 재수생이 그렇듯 그도 처음엔 수능에만 ‘올인’했다. 재수생에겐 그 길밖에 없는 줄 알았다. 몇 개월 뒤 재수생에게도 ‘수시’의 문이 열려 있다는 걸 알고 전략을 바꿨는데, 결과적으로 그게 유효했다. 2007학년도 입시에서 연세대 심리학과는 수시 일반우수자전형으로 8명을 뽑았다. 그중 최대 2명을 재수생으로 선발한다고 공고했는데, 정양이 2장 중 1장의 티켓을 거머쥔 것이다.

“당시 면접을 기다리던 다른 재수생 친구와 얘기해보니, 학생기록부를 장식할 만한 비교과활동을 전혀 안 했더라고요. 반면에 전 재수하는 와중에도 해외 자원봉사활동 다녀오고, 어학·논술 경시대회에도 참가했거든요. 그런데서 차별화가 가능했던 게 아닌가 싶어요.”

모두 수능에 매달리는 재수학원에 다니면서 해외봉사다 경시대회다 해서 밖으로 도는 게 내심 불안했다. 그러나 아무리 신광여고 내신 1등이라고 해도, 같은 조건을 가진 재학생이 전국에 2000명이 넘고, 재수생까지 계산하면 그 숫자가 훨씬 많아지는 현실도 외면할 수 없었다. 예년과 똑같은 학생부를 밑천으로 다시 수능에 도전할 생각을 하니 끔찍했다.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니 봉사활동이며 경시대회는 시간 낭비가 아니었다. 일주일에 한 번은 논술시험을 준비하고, 리더십캠프에 참가해 구술·토론 능력도 길렀다.

“필리핀으로 봉사활동을 다녀온 뒤로 사고의 스펙트럼이 넓어졌다는 걸 제 스스로 느낄 수 있었어요. 수능 문제집을 풀더라도 전과 다른 시각에서 접근하게 됐고요. 짧은 기간이었지만 현지에서 영어로 생활한 경험도 여러모로 도움이 됐다고 생각해요.”

정여진 양은 수시를 공략하기 위해선 “내신 관리가 중요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자기 경험에 비춰 “우물 안 개구리가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내신은 성실성에 좌우되는 것 같아요. 대체로 수업시간에 얼마나 집중하고, 선생님과 호흡을 잘 맞췄느냐에 따라 결과가 나오니까요. 하지만 내신 관리를 잘했다고 자만하는 건 어리석은 일이죠. 경시대회에 출전해보는 등 학교 밖으로 나와서 자기의 진짜 위치를 확인해보는 게 중요해요. 학교 울타리 안에만 있다가 로또복권 같은 수능에 모든 걸 거는 건 너무 위험하죠.”

대학 가려면 공부만 해라?

대입컨설팅연구소 ‘거인의 어깨’ 김형일 대표는 “고3 끝날 무렵에 수능 성적표와 학생부를 들고 대학을 찾기 시작하면 이미 늦다”고 말한다.



“정시는 막차예요. 굳이 막차까지 기다릴 필요가 있을까요. 더군다나 막차엔 별의별 사람이 다 탑니다. 목적지가 같다면, 막차보다 먼저 온 차를 타는 게 편하고 안전하죠. 그러기 위해선 일찌감치 목표를 정해야 해요. 희망 대학, 이왕이면 전형 요소가 비슷한 2, 3개 대학을 골라서 그 대학들의 선발 요건에 맞게 학생기록부를 채워나가는 게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는 길이죠.”

내신과 수능만으로 대학에 들어가는 길은 여전하다. 그러나 내신과 수능으로 당락을 결정짓는 전형은 갈수록 복잡해지는 대입 전형의 한 줄기일 뿐이다. 대입 전형이 복잡해지면 학생과 학부모가 골치 아픈 게 사실이나, 다른 한편으로 그만큼 길이 많아진다는 의미다. 예비 수험생을 둔 가정이라면, 수능이 끝난 다음에 ‘준비 땅’하려 들지 말고, 지금 당장 학생기록부와 목표 대학의 입시요강을 확인해보는 게 좋다. 어느 과목이 강한지, 당장은 형편없어도 올라갈 가능성이 높은 과목은 무엇인지 파악하고, 목표 대학의 입시 요강에 맞게 전략을 세워야 한다.

김형일 대표는 “‘대학 가기 위해선 공부만 해라’라고 말하는 사람은 요즘 같은 입시에서 실패할 확률이 100%에 가깝다”고 자신 있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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